설정집에 실린 소설 해석.
요즘 오타가 작살(…)인데다 문장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수시로 퇴고합니다-,.-;
※이 글에 링크는 걸어도 되지만, 본문을 직접 긁어서 퍼가지는 말아 주십시오.
n[#M_「석화(石花)」|가리기| 낮잠 시간에 꾸는 꿈은 언제나 밝고 따뜻하다. 풀밭에서의 술래잡기나 무릎에 안은 새끼고양이 같이. 아버지의 등에, 어머니가 구운 과자에, 화분이 늘어선 온실에……. 밤에 꾸는 꿈과도, 새벽녘에 꾸는 꿈과도 다르다.
이상하다. 대낮의 빛 속에서 눈뜰 때마다 할루아는 그렇게 생각한다. 일어나 있는 동안에 잊고 있는 것을 꿈에서 본다. 모두 사라지고 말았건만 이렇게나 생생하게.
아버지도 어머니도 사고로 죽고 말았다. 새끼 고양이는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새끼고양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나 지났으니까. 온실이 있던 집은 다른 가족이 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자기에게 남은 것은 풀밭에서 술래잡기를 했던 에밀뿐. 이 쌍둥이 남동생만은 태어났을 때부터 곁에 있다. 벌써 10년간 계속.
「할루아, 일어났니?」
「선생님……」
밝고 따뜻한 기억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더 이상 기억해낼 수 없다.
「땀을 많이 흘리네. 슬슬 여름옷으로 바꾸는 게 좋으려나」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할루아의 이마와 목의 땀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자고 있는 에밀을 깨웠다.
「에밀도 일어나렴. 간식 시간이야」
「선생님, 오늘 간식은 뭐에요?」
비스킷과 코코아라는 답을 듣고 또 인가, 라고 생각했다. 비스킷, 센베이, 카스텔라. 나오는 간식은 그 3가지. 여기는 「시설」인데다 매일 다른 과자를 준비해 준 어머니는 이제 없다. 그렇기에 질문한 자기가 잘못이었다는 것 정도는 할루아도 잘 알았다.
그러나 아이는 간식을 좋아하기에 무엇이 나와도 과자라 부르는 것이라면 다 기뻐한다. 여기 어른들은 그런 법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자기도 그런 아이인 것처럼 행동해야만 한다.
에밀은 할루아와 달리 「아이다운 아이」였다. 오늘도 알파벳 모양을 한 비스킷을 즐거운 듯 접시에 늘어놓고 무엇부터 먹을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겨우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리 맛있지도 않은 비스킷이건만 에밀이 먹고 있는 것을 보자 어머니의 과자와 같이 맛있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할루아는 어쩐지 그것이 분해 누나인 체하는 말을 해 본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못써」
「그치만……」
「철자도 틀렸잖아. 여기, e가 빠졌어」
이 시설에서는 할루아와 에밀의 모국어 수업이 없다. 여기에서 「국어」라고 하면 일본어였다. 할루아와 에밀이 모국어 수업을 마지막으로 받은 것은 2년 이상 전. 에밀이 철자를 잊고 만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 이것이 정답」
할루아는 자기 접시에서 e 모양 비스킷을 에밀의 접시로 옮겨 주었다. 금세 에밀의 입가가 미소 지었다.
「할루아는 정말 좋은 누나로구나」
커피 컵을 손에 든 선생님이 미소 지었다. 간식 시간은 언제나 할루아 남매와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선생님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이 시설 안에 있을 때에는 식사도 함께했다. 밤에는 책을 읽어 줄 때도 있고, 아침에는 반드시 깨우러 와 준다. 마치 진짜 어머니처럼.
「선생님은 외동딸이었어. 그래서 너희가 조금 부럽단다」
정말일까. 선생님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 「시설」에서 한 번도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그저 따분한 매일이 이어질 뿐. 그런 생활이 2년이나 지속되고 있다. 이것의 어디가 부러운 것일까?
무엇보다, 이 시설은 어쩐지 평범하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할루아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수용하는 시설, 「고아원」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학교 같은 건물 안에 많은 아이들이 있고, 방 하나에 침대가 여러 개 있고, 넓은 식당에서 몇십 명이 한 번에 밥을 먹고…….
확실히 처음에 수용된 건물은 6인실이었다.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넓은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그것이 평범한 「고아원」이라는 것이리라. 같은 방에 있던 아이가 차례차례 없어지고 새로운 아이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은 어쩐지 평범하지는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윽고 할루아와 에밀은 다른 아이들과 모국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 건물로 옮겨지고 개인실이 주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이상하다. 할루아도 에밀도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게 아니다. 사실 이 건물로 옮겨지고부터 매일 「수업」을 받고 있지만 그것은 일본어로 진행되고 있었다.
애초에 그 「수업」도 수상쩍었다. 학교의 수업과는 다르다. 기계 앞에서 그저 질문에 대답해 나갈 뿐. 그렇다, 그것은 수업이라기보다도 테스트이다. 때로는 놀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수업」도 있었다. 그쪽은 테스트가 아닌 게임과 비슷했다.
역시 여기는 무언가 이상하다. 자기들 이외의 아이는 가끔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건물에 있는 것은 선생님 같은 백의(白衣)를 입은 어른뿐이었다.
「왜 그러니?」
갑자기 일어선 할루아를 선생님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선생님 뒤로 돌아가 그 등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
훗 하고 웃는 기척이 났다. 선생님이 의자를 미루며 돌아보고 할루아를 껴안았다.
「할루아는 어리광쟁이구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손길은 부드럽다. 아주 조금 진짜 어머니와 닮았다.
「누나만, 약았어!」
나도 라며 에밀이 일어서는 소리가 났다. 네, 네 라는 웃음 섞인 소리가 난다.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 편이야? 다른 어른과는 다르다고 믿어도 돼?
깔끔하게 다림질 된 백의에서는 희미하게 약 냄새가 났다. 엄마는 이런 냄새가 아니었다고, 할루아는 생각한다. 선생님을 진심으로 신용할 수 없는 것은 이 냄새 탓일까.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이 사실은 다른 어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나 좋아해?」
「그럼. 정말 좋아하지. 에밀도」
그렇다면, 우리 편으로 남아줘. 우리를 배신하지 말아줘. 우리를……지켜줘.
할루아는 백의의 가슴에 뺨을 딱 붙이고 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반복했다.
밤의 체온 재기를 끝내고 선생님이 책을 1장(章)만 읽어주자 잠들 시간이었다. 길고도 지루한 하루가 또 끝났다.
이런 매일인데도 에밀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창밖을 흘러가는 구름을 세고, 방 한쪽에 놓인 피아노 건반을 의미도 없이 두드리고, 도화지에 몇 번이나 같은 그림을 그렸다.
에밀은 무엇 하나 의심하지 않았다. 여기가 동화 속에서 나오는 「고아원」이 아니라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을 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고는.
그것은 할루아에게 구원임과 동시에 불안의 씨앗이기도 했다. 에밀은 늘 웃었으면 한다. 그렇지만, 그 무방비함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다. 그래서 할루아는 에밀 몫까지 자기가 조심하고 모든 것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고, 어떤 어른과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사실은 그것들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 두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자기들은 아마도 감시받고 있다.
여기에 막 왔을 무렵, 일부러 왼쪽 눈이 아픈척해 본 적이 있다. 혼자 방에 있을 때에 얼굴을 찡그리고 왼쪽 눈을 누르는 시늉을 했다. 물론 에밀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비밀로 하고.
다음날, 유난히 꼼꼼히 왼쪽 눈을 조사받았다. 그 시늉을 한 것은 오로지 혼자 방에 있을 때였건만.
「에밀, 깨 있어?」
왜 하고 졸음이 어린 목소리가 돌아온다. 손을 살짝 뻗어 에밀의 손을 잡았다.
그 건물로 옮겨왔을 때, 사실은 에밀과 다른 방이 주어졌어야 했다. 그것을 둘이 함께가 아니면 못 잔다고 우겨댔다. 하룻밤 내내 통곡을 해 간신히 같은 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조심하자, 어른들을 믿어선 안 돼.
소리를 내서 말할 수는 없다. 분명 누군가가 듣고 있으니까. 다만, 강하게 마음속으로 외며 손을 잡는다. 마음속에서 생각하기만 하면 전해지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절실하게 생각하며.
그날은 아침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쩐지 지독히 안 좋은 느낌이었다.
오전 중의 「수업」 대신 「건강진단」이 실시된다고 선생님이 말했을 때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건강진단」 후에는 안 좋은 일만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처음 건물에 있었을 때 「건강진단」을 한 후에는 반드시 아이가 몇 명 사라져 있었다. 자기들이 여기로 옮겨진 것도 역시 「건강진단」 후였다. 혹시 어딘가로 이동시킬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일까. 자기들은 또 어딘가 다른 건물로 옮겨지고 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선생님과 억지로 갈라져서.
「할루아, 왜 그러니? 어디 아파?」
정신을 차리자 걱정스러운 듯한 선생님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열은 없는데 라며 이마에 닿는 손이 울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았다.
「선생님, 나……」
더 이상 어디로도 가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당하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역시 마음 어딘가에서 선생님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 엄마라고 부르며 어리광부릴 수는 있었지만 본심을 털어놓고 의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할루아는 에밀이 「건강진단」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피를 뽑아가는 것은 그나마 낫다. 조금 아프기는 해도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빨판 같은 것을 몸 여기저기에 붙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에 연결하는 것은 참기 어려웠다. 기계 상자 안으로 밀어넣는 것도. 빨판과 코드를 전부 잡아뜯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이 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간신히 「건강진단」이 끝난다. 어른들 중 누군가가 방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한다.
오늘은 달랐다. 몸 전체에 붙였던 빨판과 코드를 떼어낸 후에는 일단 검사복을 갈아입게 하는데, 그대로 옆방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무엇보다 같은 방에 있었을 에밀의 모습이 사라져 있다.
불안해져 그 자리에서 우물쭈물 대고 있자 백의를 입은 여자가 쫓아내듯 문을 열었다. 선생님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심술궂어 보이는 여자였다.
옆방은 텅 빈 넓은 방이었다. 바닥에도 벽에도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고, 큰 의자가 방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백의를 입은 어른 여럿이 의자 주위에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앉으라고 말했다. 대답하는 것보다도 먼저 다른 어른이 할루아를 앉혔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운 의자였다.
「놀라지 않아도 돼. 아까 검사로 네 몸에서 나쁜 병이 발견되었어」
상냥한 목소리였으나 어떤 어른이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새 눈이 가려져 있었다. 잡아뜯으려 했지만 손도 발도 속박되어 있었다.
「서둘러 적출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져」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는 어디도 나쁘지 않다. 아픈 곳도 없었고 열도 없었다. 배탈도 나지 않았고 기침도 나오지 않는다.
「에밀! 어디에 있어!?」
「감염되면 안 되니까 에밀은 먼저 방으로 돌려보냈단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걱정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어서 에밀을 도망치게 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에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금세 절망적인 기분이 된다. 입을 막지 않은 것은 소리쳐도 밖에서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소독약 냄새가 났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 후 팔이 따끔했다. 무언가를 주사한 것이다. 놀라서 소리치는 것을 멈춘 순간 어른들의 대화가 귀에 날아들었다.
「벌써 6명째인가. 이 이상 실험체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 이번에야 말로 완전한 것이」
「조금이라도 자아가 남으면 그것만으로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6명째라는 것은 무엇? 무엇이 남으면?
「실패해도 동생이 있잖아. 피붙이라면 적성은 있어」
전신의 피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죽는다. 자기뿐만 아니라 에밀까지.
살려주세요, 선생님! 에밀을 도와주세요!
그 외침은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오로지 어둠만이 찾아왔다.
할루아 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니었다. 선생님도 아니었다.
누구일까? 에밀은 「누나」라고 밖에 부르지 않는다. 아아, 그렇지. 어른들 중 누군가가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수업」은 지긋지긋하건만. 그래도 「건강진단」보다는 나은가. 잠깐. 그거, 아까 받지 않았던가?
그렇다, 끝난 후에 방으로 돌아가라고……아니, 돌아가지 않았나? 돌아갈 수 없었다!
순식간에 기억이 되돌아왔다. 할루아는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본다. 그 방이다. 벽과 바닥에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하다.
「할루아, 알아듣겠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이쪽이다」
또 다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돌아보았으나 역시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음성만이 들리고 있는 듯하다. 동시에 깨달았다.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낀 이유를.
「굉장해! 성공이다」
할루아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이 지독히 멀다. 그렇다, 아까부터 시선 높이가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다. 어쩐지 높은 것에 타고 있는 듯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기묘한 감각이.
도감에서 본 골격과 똑같은 발이 있었다. 썩은 나무와도 닮은 색의 팔도. 몸통 부분은 무언가가 감겨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무엇일까?
감겨 있는 무언가를 풀려고 하다 흠칫했다.
팔이……움직였다?
천천히 손을 들어 본다. 그것은 생각대로 움직였다. 손바닥을 펼치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엄지, 검지, 중지…….
설마. 설마.
여전히 여기저기에서 목소리가 흘렀으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실험병기 6호라는 둥, 인류의 희망이라는 둥, 그런 말은.
일어서려 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제야 이해했다. 무언가가 감겨 있는 것은 자기 몸이라는 것을.
아니야! 아니다! 이런 것은 내 몸이 아니다!
할루아는 몸부림쳤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곳에서. 이 몸으로부터. 영문도 모른 채 손발을 움직였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끄럽다! 시끄럽다! 시끄럽다!
힘껏 벽을 두드렸다. 벽에 균열이 생긴다. 멈추라는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으나 따를 생각은 없다. 다시 벽을 두드린다. 팔 전체에 무거운 반동과 둔한 통증을 느끼고 간신히 이해했다.
이것이……내 몸인 것이다. 이 괴물 같은 팔이 발이, 내 것.
쭈뼛쭈뼛 얼굴에 손을 댔다. 그 감촉은 적어도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얼굴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알고 있는 것은 이미 자기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아아, 두 번 다시 에밀과는 만날 수 없다. 이 모습을 보면 겁먹고 도망갈 것이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에밀은 겁쟁이인걸.
에밀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기억났다. 「실패해도 동생이 있다. 피붙이라면 적성은 있다」는 말이.
백의를 입은 어른들은 「이로써 6명째」라고도 말했다. 아까 목소리는 「실험병기 6호」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이런 모습이 된 5명의 아이가 있던 것이다.
어쩌면 처음에 수용된 건물에서 아이들이 점점 사라진 것은 이런 인체실험 재료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실험병기로서 「적성」이 있는 아이만이 선별되어 다른 건물로 옮겨진 것이리라.
아무래도 할루아는 첫 「완성체」가 된 듯하다. 즉, 그 제조기술이 확립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쌍둥이인 에밀도 그 적성이 있다…….
에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의심을 모르는 천진한 미소가. 구하러 가야한다. 그 마음이 흉포한 힘으로 바뀌었다.
할루아는 구속구를 잡아뜯고 일어섰다. 방 한쪽에 있는 문을 차 버린다. 우선은 여기에서 나가야 하지만 이 몸으로는 인간용 문은 지나갈 수 없다. 문과 함께 벽을 때려 부순다.
경보가 울러 퍼졌다. 셔터 같은 금속판이 벽을 뒤덮기 시작한다. 재빨리 손으로 막으려 하자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할루아의 손을 튕겨냈다.
생각해 보면 자기는 「병기」이다. 두드린 것만으로도 벽에 균열이 생기고 발로 차기만 해도 튼튼한 문을 파괴할 정도로 위험한 힘을 지닌 괴물. 그것을 내버려둘 바보는 없다. 맹수는 쇠사슬로 묶어 우리에 넣어야 한다.
아마도 이 금속판에는 무언가 특수한 장치가 있는 것이리라. 「실험병기」의 힘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갑자기 실내가 어두워졌다. 조명이 꺼진 것이다. 경보가 멈추고 조용해졌다. 갇혔다. 할루아가 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그들은 경보를 멈추었다.
다시 한 번 벽에 손을 대 본다. 어둠 속에서 푸른 불꽃이 흩어진 것처럼 보였다. 할루아는 반사되는 힘을 전신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지지 않는다. 에밀을 지킬 것이다. 질까 보냐!
팔이, 발이, 몸 전체가 삐걱대는 소리를 내고 격통이 흘렀다. 눈앞이 새하얘졌다. 무언가가 부풀어 올라 터졌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반사되는 힘이 사라지고 손발이 자유로워진다. 암흑도 아니고 새하얗지도 않았다. 할루아는 극히 당연한 밝기 속에 있었다.
경보가 요란스레 울려 퍼지고 있다.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벽이 허물어져 있다. 그대로 밖으로 나왔으나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할루아가 그 방에서 탈출하는 것은 예상 밖이었으리라.
어쩌면 구속구를 잡아뜯는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멈추라는 당황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통로 전체에 셔터가 내려져 있었으나 그 벽에 비하면 종이나 다름없었다. 할루아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날려 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파괴해야 한다. 이 시설에 있는 것을 전부. 에밀을 괴물로 만들지 못하도록. 실험병기에 관한 모든 것을 없애야 한다.
몸 안에서 흉포한 힘이 솟아났다. 해방하자, 그것은 칼날이 되어 주위를 난도질했다. 앞길을 막는 벽을 노려보면 불덩이가 그것을 완전히 태워 버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재미있게도 부서져 갔다.
인간이 아닌 모습이 된 지금, 인간이 아닌 힘을 손에 넣은 것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이 힘으로 무엇과 싸우게 하려던 것일까? 고분고분한 아이라면 자기들 좋을 대로 부릴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일까?
자갈과 흙먼지 속에서 백의를 입은 어른들이 도망가려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 명도 남김없이 놓칠 수는 없다. 할루아는 손에 잡히는 대로 그들을 붙잡아 비틀었다. 그들은 잘 익은 과일처럼 손 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져 형체도 없어졌다.
에밀은 어디에 있을까? 선생님은? 에밀을 데리고 도망쳤을까.
아니, 선생님이 그렇게 해 주었을 리가 없다. 선생님은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기들 남매가 괴물로 만들어지기 위해 사육되고 있던 것도. 어차피 그도 어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친절한 사육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새인가 그 그가 눈앞에 있었다. 평소와 같은 백의를 입고 할루아를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선생님을 믿고 싶었는데. 정말 좋아한다는 말에 사실은 굉장히 기뻤는데.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좋아했는데.
선생님의 입가가 움직였다. 할루아라 부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용서 못 해!
분노로 의식이 사라질 것 같았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이 잡아당겨 진다. 무언가가 자기를 뒤덮으려 했다…….
눈앞을 힘껏 후려쳤다. 백의가 벽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 붉게 물들었다.
거짓말쟁이! 정말 미워!
할루아는 울부짖었다. 눈물도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울었다. 소리쳤다.
도중에 강화유리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 구체에 붉은 눈의, 괴물 그 자체인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슬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익살스럽다고조차 생각했다. 슬픈 것은, 울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다…….
에밀, 도망쳐! 어딘가 먼 곳으로. 백의를 입은 어른들도 없는, 선생님도 없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며칠이나 지난 듯한 기분도 들고, 정말 한순간이었던 듯한 기분도 든다. 시설 영지 안은 어디를 보아도 잔해의 산이었다. 이만큼 다 파괴하면 충분할까. 충분하기를.
「누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런 괴물을 누나라 부를 리가 없다. 돌아본다. 에밀이었다. 틀림없이. 어딘지 슬픈 표정을 띠고 손을 뻗어온다.
할루아는 자기 모습 따위는 잊은 채 뛰어갔다. 에밀. 어서 도망쳐야 해. 둘이 함께 먼 곳으로.
뛰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새 발이 돌이 되어 있다. 발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전신이 돌로 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석화(石化)는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해제할 수 있다. 알고 있었다. 대단한 힘이 아니다. 하지만.
「누나, 나……」
에밀도 또한 자기와 같이 병기로 개조된 것이었다. 모습은 변함없지만 보는 것을 돌로 바꾸고 마는 무서운 두 눈을 부여받았다.
지키지 못했다. 지키고 싶었건만.
또 무언가에 마음이 잡아 당겨져 뒤덮이는 것을 느꼈다. 분노? 슬픔? 이것은 무엇일까.
「미안해」
이제 됐어.
할루아는 미소 지었다. 다만, 얼굴은 이미 돌이 되어 있었는데다, 애당초 그 얼굴로 미소 짓는 것이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그저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사라지려 했다.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누나는 마력이 너무 강해서……봉인하지 않으면 위험하대. 정말 미안해」
울음을 터뜨릴 듯한 에밀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부탁이야. 더 확실히 석화시켜 줘. 그렇지 않으면 금세 풀리고 마니까. 이제 두 번 다시 나를 깨어나게 하지 말아 줘…….
돌이 되어 꾸는 꿈은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
누나라 부르는 에밀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할루아는 그저 차가운 잠에 몸을 맡겼다._M#]
(스포일러성 답글이라 비밀글로 해놓습니다.^^;)nn천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재회했을때 에밀이 누님에게 잡아먹힌 그 장면…..n그때는 이성이 없는 실험병기가 에밀을 잡아먹은걸로 생각했지만n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정체불명의 검사인 니어와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흰둥이로부터 n그저 동생을 보호하려고 입안에 넣어둔 것 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ㅜㅜnn번역 수고하셨습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석화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사라지려 했다’는 걸 보면 그때 이미 인격이 사라지기 시작한 듯합니다.n니어 제작진이 그렇게 자비로울 리가요(…)nn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