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3 공식 홈페이지 소설 해석 6

◈이제까지 해석한 FF13 소설 리스트◈

예상은 했지만, 삿즈 아자씨 이야기도 결국은 여기에서 나오면서 3회로 이어지는군요.
마음이 바뀌어서 3화도 고고씽 합니다. 끝까지 한다는 보장은 못 하지만-3-)

홉 얼굴만 봤을 때에는 그냥 귀엽게 생겼구나 했는데, 소설 2화 보고 호감도 급상승! 개인적으로 좀 공감 가는 데가 있어서, 흠흠.
근데 이래놓고 게임 본편에서 캐릭터 능력이 구질구질하면 좌절할 듯orz
홉아, 누님은 너만 믿는다!! ㅠㅂㅜ)/

n[#M_》「FINAL FANTASY XIII Episode Zero -Promise-」 FRIENDS③|가리기|CHAPTER 04
 견학 코스 입구 주변에서는 연구원이 뒷정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샛길로 우회해 코스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것이 정말로 샛길이었는지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보였기에 들어갔다.
「이쪽이 맞겠지?」
 엘리더가 불안한 듯 돌아보았다.
「방향은 맞아. 이쪽으로 곧장 가면 견학 코스로 나갈 수 있을 거야……」
 호반에서 아주 조금 멀어졌을 뿐인데, 모두가 떠드는 목소리가 지독히 멀다. 이 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호프는 아주 조금 후회했다.
「돌아갈 때는 제대로 코스를 통해서 가자」
「출구에서 들키면 혼날지도 몰라」
「괜찮아, 괜찮아. 정리는 벌써 다 끝났다니까」
「하지만 선생님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주위가 지나치게 조용한 탓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큰 목소리를 내어서 하게 되었다. 모두 함께 지나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3명이 되니 고요함이 무섭다.
「저것 좀 봐. 과일 같은 것이 있어!」
 엘리더가 밝은 목소리로 가리켰다. 노란빛이 도는 붉은 열매를 몇 개나 단 가지가 무거운 듯 휘어 있다. 가게에서 보는 어떤 과일보다도 큰 열매였다.
「먹을 수 있을까?」
「마음대로 따면 안 돼. 엘리더는 무엇이든 손을 댄다니까」
「안 그래」
「마음은 이해가 돼. 이렇게나 예쁜 색이잖아」
「그러니까 안 그렇다니까!」
 엘리더가 뾰로통해졌을 때였다. 저기, 하고 카이가 끼어든다.
「이거 말이야, 그 색과 비슷하지 않아? 먹을 수 있다는 그거」
 듣고서야 호프도 깨닫는다. 무지개가 내리는 언덕 가까이에서 본 마물. 확실히 이런 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견학 코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가…….
 갑자기 지면이 솟아올랐다. 3사람 앞에 붉은 벽이 나타난다. 마물이었다. 붉은 반투명 몸이 부풀어 오른다. 베지터 푸딩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을 때에는 발이 마음대로 뛰기 시작했다.
「싫어! 쫓아와!」
 엘리더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소리친다. 세 사람 중에서 발이 가장 느린 호프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저 달렸다. 오로지 발을 움직였다. 두 사람이 두고 가 버리면 끝이다.
 숨이 붙어있는 한 달렸다. 어디를 어떻게 지나 도망쳤는지는 모른다. 몸을 숨길 수 있는 암벽이 있었다. 그 그림자로 뛰어들었다.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격렬하게 맥박치고 있다.
「다행이다……. 안……왔어」
 바위 뒤에서 얼굴을 살짝 내민 카이가 안도한 듯 주저앉는다. 호프의 발에서도 힘이 빠졌다. 이 이상 뛰라고 해도 절대로 무리다.
 세 사람은 잠시 그 자리에 웅크려 거친 숨을 쉬었다. 새삼 소름이 끼친다. 임도 같이 미끄러지기 쉬운 길이었다면. 만약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면. 셋이 함께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행운이었다.
「저기, 여기, 어디?」
 호반과 무지개가 내리는 언덕을 잇는 견학 코스를 향해 걸었을 터이다. 아까까지는 설령 길을 잘못 들어도 되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쩐지 경치가……달라」
 성가실 정도로 우거져 있던 나무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바위 표면이 벽처럼 길 양옆에 우뚝 솟아 있다. 발치에도 풀은 적고, 어딘지 황폐한 인상을 주는 장소였다.
「우리 어디에서 왔지?」
 무아지경으로 바위 뒤로 뛰어든 탓인지, 자기들이 뛰어온 방향을 알 수 없었다. 왼쪽도 오른쪽도 비슷한 바위와 벼랑이 이어지고 있다.
「무지개가 나와 있는 쪽이 언덕일 것 같은데……」
 벼랑에 가로막혀 무지개는커녕 하늘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쪽 아니야?」
「아니야. 이쪽이야」
 카이와 엘리더가 전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어느 쪽이나 정답처럼 보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어느 쪽도 아닌 기분이 들었다. 즉, 완전히 방향을 잃어버렸다.
「어쨌든 걷자」
「하지만 길을 잃었을 때는 섣불리 움직이면 안 돼」
「다른 곳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까 같은 마물이 나온다면? 여기에서는 잘 달릴 수 없어」
 아까와는 달리 장애물이 많은 길이었다. 발이 빠른 마물이 습격해 오면 끝장이다.
「시야가 좋은 곳으로 나가면 호수가 보일 거야. 그렇게 하면 돌아갈 길도 알 수 있어」
「그렇지. 조금쯤 멀리 돌아간다고 해도 호수가 보이면 어떻게든 될 거야」
 카이가 호프의 편을 들자 엘리더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잠깐 기다려」
 호프는 가능한한 날카로운 돌을 주워 바위 표면에 ×표를 그렸다.
「오른쪽으로 가 보고, 만약 틀렸다면 여기로 되돌아오면 돼. 그래서, 다음은 왼쪽으로 가 보고」
「굉장해. 호프, 머리 좋다!」
「아빠가 가르쳐 줬어. 모르는 곳에서 길을 잃으면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두라고」
「그럼, 호프네 아빠 머리 좋다」
 엘리더가 그리 말하고 웃었다. 호프는 자신이 칭찬받는 것보다 그편이 더 기뻤다.
「서두르자. 출발 시간 되겠다」
 서로 끄덕이고 걷기 시작한다. 높은 벼랑 사이에 있는 길은 낮인데도 어슴푸레하다. 이번에는 입을 다문 채 걸었다. 마물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불안이 두려움을 억눌렀다.
 누가 말을 꺼낼 것도 없이 세 사람은 손을 잡았다. 모르는 길을 걷는 불안도 손을 꼭 잡고 있으면 견딜 수 있었다.
 바위 표면에는 여기저기 푸르게 빛나는 곳이 있었다. 길을 잃지 않았다면 그 엷은 빛을 아름답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빛조차도 어딘지 불길해 보일 따름이었다. 공기도 묘하게 눅눅한데다 미지근한 바람이 분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변함없이 바위벽은 이어지고 있었으나, 앞쪽에 기계 같은 것이 보였다.
 호프 일행은 눈으로 서로 끄덕이고는 뛰기 시작했다. 데이터 전송이나 통화를 할 수 있는 단말기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정용과 같다면 접속해서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
 그러나 기계를 가까이에서 보니 가정용과는 상당히 달랐다. 아무래도 아이는 다룰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적당히 만져 볼까」
「안돼, 만약 고장내기라도 하면……」
 호프가 말리기 전에 먼저 엘리더의 손가락이 패널을 두드리고 있었다. 패널 전체가 밝아졌다.
「봐. 잘 될 것 같잖아」
 엘리더가 자랑스레 말하자마자 패널의 빛이 다시 꺼지고 기계는 침묵했다.
「어라? 역시 안 되나? 그럼, 엄마에게 배운 방법으로……」
 엘리더가 주먹을 쥔다. 호프와 카이는 당황해 엘리더의 손을 막았다. 두 사람 모두 엘리더의 「엄마의 방법」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절대로 고장 나!」
「두드려 패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엘리더네 엄마뿐이야!」
 입을 모아 한소리를 들은 엘리더는 불만스러운 듯 주먹을 거두었다.
「그럼 어쩔 건데」
「조금 더 걸어 보자. 기계가 있다는 것은 근처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야」
 변함없이 험한 길이었지만, 그래도 근처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힘을 주었다. 턱을 뛰어넘고 바위를 뛰어넘으며 오로지 나아간다.
「이게 뭐라고 생각해?」
 터널형 바위를 빠져나왔을 때였다. 딱 호프 일행의 머리 높이 정도에 빛나는 구체가 떠 있다. 엷은 물색에, 어른 머리보다 한층 크다. 겉보기에는 물을 뭉쳐 만든 공 같은 것이 공중에서 어른어른 흔들리고 있다.
「마물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 덮치지 않는 걸」
「그러니까 만지면 안 된다니까!」
  호프도 카이도 늦었다. 엘리더의 손바닥이 빛나는 구체에 닿는다.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한 방울, 두 방울, 물방울이 떨어졌나 했더니 순식간에 세찬 비로 바뀌었다. 그로서 구체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강우 컨트롤 단말기다.
 세 명은 당황해 터널형으로 된 바위로 되돌아간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는 그곳밖에 없다.
「이제 돌아가는 방향을 알게 되었잖아. 강우 뭔가가 있는 곳은 무지개가 내리는 언덕 반대쪽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 절벽 저편이 무지개가 내리는 언덕이야」
「아무리 방향을 알았다고 해도 이 비는 어쩔 거야?」
「만졌더니 내리기 시작했으니까, 한 번 더 만지면 당연히 멈추지」
「그건 알아. 누가 멈추러 가냐고」
「카이가 가. 어차피 옷 진흙투성이잖아」
「네 마음대로 말하지 마! 비 내리게 한 것은 엘리더잖아!」
 호프는 말싸움을 시작한 두 사람을 멈추려다 퍼뜩 떠올렸다. 생각난 것이다. 무지개가 내리는 언덕에서 여성연구원이 한 말을.
『반대로 비를 좋아하는 마물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그 마물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한 장소이다…….
 한 시라도 빨리 비를 멈추지 않으면. 호프는 각오를 굳히고 바위 아래에서 뛰어나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발이 멈춘다. 호프는 그대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
 눈앞에 있던 것은 노란 개구리를 쏙 닮은 마물이었다. 그 뒤에 색이 다른 마물이 몇 마리. 물갈퀴가 달린 앞다리, 그 끝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 저것에 잡힌다고 생각만 해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발이 꼬인다. 엉덩방아를 찧은 채 뒤로 물러난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어설 수조차 없다.
 갑자기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비명이 울렸다. 마물을 본 엘리더였다. 반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엘리더의 비명소리. 마물이 놀라 도망치면 좋을 텐데, 하고 호프는 머리 한쪽에서 기대했다.
 아주 짧은 순간 마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러나 아이의 비명 정도로 도망치는 마물이 있을 리 없다. 마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크게 벌린 입에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물린다.
 호프는 눈을 꼭 감았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다. 그러나 날카로운 이빨이나 손톱의 공격은 없었다.
 호프는 쭈뼛쭈뼛 눈을 떴다. 비는 멈추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물들이 서서히 물러간다. 누군가가 강우 컨트롤 단말기를 조작해 비를 멈추어 준 것이다.
「여기 날씨를 관리하는 것은 팔씨……」
 혹시 팔씨가 도와준 것일까. 엘리더의 비명을 듣고.
「앗! 비공정이다!」
 카이가 외쳤다. 길 저편, 벼랑 틈새로 보이는 물체는 틀림없이 그 비공정이었다. 호프 일행을 찾고 있는지, 공중에 정지해 있다. 비공정도 팔씨가 불러 준 것일지도 모른다.
 어-이, 하고 양손을 크게 흔들면서 카이가 뛰어나왔다.
「설 수 있어?」
 엘리더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선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연구원의 모습도, 팔씨 같은 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호프, 빨리 와!」
 고개를 끄덕이고 달리기 시작한다. 카이와 엘리더의 뒤를 따라 달리면서, 호프도 비공정을 향해 양손을 흔들었다.

 비공정에 구조된 후, 호프 일행 세 명은 별실로 호출되어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예상은 했지만, 주임교사의 꾸지람과 설교는 선레스에서 조우한 마물급의 위협이었다.
  「위협」으로부터 해방된 후, 카이의 손에 다 쓰기 직전인 토이 카메라가 돌아왔다. 듣자하니, 연구원이 정리하던 도중에 주워 비공정으로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즉, 일부러 찾으러 가지 않아도 자유시간이 끝난 후 비공정에 타면 되었던 것이다.
 찾으러 가자고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호프는 후회했다. 그런 생각을 알아챘는지, 카이도 엘리더도 호프를 탓하려고 하지 않았다.
「선생님, 비를 멈추어 구해준 것은, 역시 팔씨인가요?」
 아무래도 엘리더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듯하다. 그렇게나 기막힌 타이밍에 비를 멈출 수 있는 것은 팔씨밖에 할 수 없으리라.
「아마도 연구원 중 누군가가 원격조작을 했을 텐데……. 어쩌면 강우장치의 오동작으로 판단한 팔씨가 비를 멈춘 것일 지도 모르지」
 단, 비공정을 부른 것은 팔씨가 아닌, 엘리더가 마음대로 만진 패널 때문이었다. 동작 불량을 알아차린 연구원이 단말기 설정을 보고 누군가가 「단비의 계곡(慈雨の渓谷)」에 침입했음을 밝혔다.
 그때, 집합시간이 되어도 어린이 세 명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와 계곡 침입자의 정체가 판명되었다. 연구원의 유도로 비공정은 계곡으로 향해 호프 일행을 구조했다고 한다.
「그곳은 본래 비공정으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지형이라더구나. 기장님의 실력이 좋지 않았다면, 너희는 아직도 계곡 안에서 헤매고 있었을지도 몰라. 나중에 기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꾸나」
 그리고 간신히 호프 일행은 자리로 돌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카이, 저기……」
 괜한 말을 꺼내서 미안하다고, 호프가 사과하려 했을 때였다.
「진짜 재미있었지」
 어깨를 두드리며 카이가 웃었다. 응, 하고 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카이! 카메라 꺼내!」
 엘리더가 창밖을 가리키며 외쳤다. 벌써 저녁때였다. 옅은 어둠 속에 빛의 점이 몇 개 흩어져 있다. 선레스 수향 바로 앞에 있는 관광정 발착장의 유도등이었다.
 카이가 황급히 셔터를 누른다. 데이터 용량을 다 써, 전송을 알리는 표시가 점멸하기 시작한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선레스 수향 주변의 야경이 하루와 약속한 마지막 한 장이 되었다.

CHAPTER 05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깨면 안 된다, 라…….
 흐프는 씁쓸한 기분으로 기억 속의 말을 곱씹는다. 그 말을 믿었다. 계속. 그런데 그것을 가르쳐준 아버지 자신은 잊고 만 것이리라.
 아니, 지금도 아버지는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어기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상대가 호프와 어머니가 아닐 뿐.
 일이라면 한밤중이건 이른 아침이건 개의치 않고 집을 뛰쳐나가는 아버지이다. 식사조차 잊고 서재에 틀어박혀 있을 때도 있다. 지금의 아버지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일이다.
 더 이상 아버지는 가족의 약속 따위는 지키려고 하지 않고, 가족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호프가 마지막으로 말을 건 때가 언제였던가. 꽤 예전 이야기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조차 잊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저 호프의 말을 가로막고 「미안하다. 나중에 다시 들으마」하고 나가 버렸다. 그때의 참을 수 없는 기분만은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홀로 남겨지고 가까스로 깨달았다. 어떤 기대도 부질없음을.
「여기나 저기나 다 폐쇄되어 있었지만, 팔씨 쿠자타만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야」
 어머니의 말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에너지 플랜트 안의 팔씨를 견학하고 출구로 가는 도중이었다. 호프는 생각에 빠져 있던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태연하게 시선을 돌린 채 대답했다.
「어쩐지 싱거웠지」
「플랜트의 반 이상이 통행금지였는걸. 어쩔 수 없지」
 에우리데의 사고는 뉴스 보도 이상으로 심각했던 듯하다. 현지에 와 보고 잘 알았다.
「선레스의 팔씨도 저런 느낌이었으려나」
「아아, 자연 견학회의. 팔씨와는 만나지 않았니?」
「전혀. 날씨를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은 있었지만. 만날 수 있었던 건 마물뿐이었다고」
「그러고 보니, 그랬지. 마물에게 습격당한 후 열이 나서……그때는 정말로 당황했어」
 선레스 수향 안에서 두 번이나 마물과 조우한 일이 충격이었던 것이리라. 그날, 호프는 돌아오는 비공정 안에서 갑자기 열이 나 팔룸폴룸 착륙과 동시에 응급병원으로 실려갔다.
 그 때문에 비공정 기장에게는 인사를 하지 못한 채였다. 카이와 엘리더에게 그때 이야기를 들은 것은 3일이나 몸져누운 후이다.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었어. 새 둥지 같은 머리를 한 아저씨인데』
『얼마 전에 아들이 태어났다고 했어』
『장래에는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했더니 힘내라고 했어』
 그 후로 한동안 카이는 기장 이야기만 했다. 그 일로 카이의 장래의 꿈은 흔들림 없어졌다. 호프는 그런 카이가 조금 부러웠다.
 엘리더 또한 카이와 같이 확실한 꿈이 있었다. 성악가가 되고 싶다며, 엘리더가 음악과가 있는 여학교로 편입한 것은 1년 전 이야기이다.
 어른이 되면 아버지 같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던가…….
 지금은 되고 싶지 않은 어른의 대표격이 아버지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소홀히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아주 사소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어른만은.
「……이지」
「응? 뭐? 미안, 안 듣고 있었어」
 당황해서 되묻는다. 이제 생각은 그만하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않다니, 아버지와 같지 않은가…….
「사고로 어린 남자아이가 크게 다쳤대. 지금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이야기하더라. 옆에서 간병하던 아버지가 딱해서 볼 수가 없었다고」
「그렇구나」
「생명에 지장이 없으면 좋겠는데. 부모보다 아이가 먼저 죽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으니까……」
 부모가 먼저든, 자식이 먼저든, 가족이 죽는 것은 똑같이 불행한 일이다. 남겨진 자에게는.
 그렇지만, 호프는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어쩐지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호프. 아빠한테 화났니?」
「별로」
「서투른 사람이야. 요령이 없어서 적당히 끊는 것을 못 하는 사람이라」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확 누그러졌다.
「화 안 났어. 불꽃놀이 대회에는 늦지 않잖아. 그러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야. 이번 여행의 메인은 불꽃놀이니까」
 어머니가 기쁜 듯 미소 지었다. 불꽃놀이 대회 밤에는 아버지와 조금쯤 이야기해 볼까.
 어차피 「요즘에는 어떠냐?」같은 말밖에 안 하겠지만. 어머니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눈앞을 긴장한 표정의 병사들이 지나갔다. 이제 사고 처리는 끝났을 터인데. 게다가 플랜트에 상주하는 것은 경비군일 터이다. 왜 PSICOM(사이콤)이 나오는 것일까?
 어쩐지 바삭바삭하는 이상한 감촉이 발치에서 기어올라오는 듯했다. 어머니 또한 불안한 듯 플랜트 앞의 광장으로 눈길을 주고 있다. 호프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낸다.
「보덤으로 돌아가자. 이제 팔씨는 됐어」
 들러붙는 무언가를 뿌리치고 싶은 마음은 같았는지, 어머니도 또한 밝게 대답했다.
「그래, 쇼핑몰에 가자」
「또?」
 군도 팔씨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그저 즐거운 일만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 팔룸폴룸으로 돌아가면 카이와 엘리더에게 연락을 해 볼까. 에우리데에서 병사를 많이 보았다고 하면 카이는 틀림없이 몸을 쭉 내미리라. 엘리더는 플랜트보다 불꽃놀이 대회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겠지.
 3년 만이구나, 하고 호프는 두 친구 생각을 한다.
 긴 휴가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_M#]n

「TREASURE(가족)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