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집에 실린 소설 해석.
4주차에서 볼 수 있는 D엔딩 이후 이야기. 일명 E엔딩.
앞서 올린 SS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쪽을 먼저 읽은 후에 읽기를 추천.
그리고 이왕이면 세계관 설정이 제대로 정리된 글(링크①, 링크②)도 읽어 보는 게 훨씬 수월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니 시간 되면 읽어 보시라-ㅅ-(네타바레 주의) 링크된 정리 글의 원문이 설정집에 있기는 한데, 글이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해석하기 귀찮은 관계로 생략-┏
※이 글에 링크는 걸어도 되지만, 본문을 직접 긁어서 퍼가지는 말아 주십시오.
n[#M_「잃어버린 세계」|가리기|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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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다. 카이네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무언가」의 충격파가 덮쳐와 날려보내졌다.
그 충격파는 내던진 스푼처럼 카이네를 하늘로 내던진다. 착지자세를 취하지도 못하고 그저 엉망으로 구를 수밖에 없다.
구르던 도중 칼을 지면에 내리꽂고 일어서려 한다. 안 된다. 물러설 수는 없다. 절대로.
기계로 이루어진 지면에 꽂은 검을 오른손으로 잡고 몸을 지지하며 왼쪽에 든 검을 방패 대신해, 우선은 적을―――.
제3 파가 덮쳐왔다. 한순간 시야가 새빨갛게 물든다. 주위에 붉은 기포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친다. 조금 후에 폭발음이 이어지고 파편들이 날아올랐다.
이제 와서 무엇에게 습격받고 있는지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고압의 수류(水流)에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내리꽂은 검에 매달려 물의 칼날과 굉음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뒤늦게 날아온 무언가의 파편이 머리를 직격했다. 뿜어나오는 피와 찢어진 상처가 통증을 넘어 차갑게 느껴진다.
잠시 있자 간신히 굉음이 멈추었다. 아니, 귀가 가 버렸을 뿐인가. 카이네는 엷게 조소한다.
눈과 코에서 피가 번진다. 토해낸 피는 탁류 속에서 홍차처럼 붉게 주위로 퍼져간다.
어지간히 화려하게 해 준다. 튜란이 있으면 기뻐 날뛰었을 것이다.
피에 젖어 미끄러운 손가락으로 검 자루를 꽉 쥐자 손가락 사이에서 선혈이 배어 나왔다.
카이네는 숨을 토하면서 적을 응시한다.
그 눈앞에 있는 것은 5명의 카이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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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허술한 천막 안에서 카이네는 벌떡 일어났다.
거친 호흡. 크게 뜨인 눈. 오른손은 진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호흡이 진정되기까지의 상당히 긴 시간을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눈을 감지도 못하고 당혹과 상실감이 덮쳐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었다.
또 그 꿈이다.
무슨 꿈인지는 모른다.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이미지는 전혀 지니지 않았건만 오로지 고통과 슬픔만이 덮쳐오는 꿈. 본래 있어야 할 무언가를 잃은 듯한, 마음의 어두운 구멍을 들여다보는 듯한 그 꿈. 깨어나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도 자주 있었다.
이것으로 몇 번째인가. 갈 곳 없는 분노가 카이네의 마음에 가득해져 간다. 마물이라면 쓰러뜨리면 될 뿐이다. 그러나 꿈은 쓰러뜨릴 수 없다. 답답한 감정만이 마음 깊숙이 쌓여갈 뿐이다. 게다가 최근 그 꿈을 꾸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왼손을 본다. 주먹이 하얘질 정도로 검을 꽉 쥐고 있었다. 언제 마물에게 습격받아도 대응할 수 있도록 이부자리에서 내놓고 있던 왼손이 무의식 중에 검을 꽉 쥐고 있던 것이다. 카이네는 쓴웃음 짓는다. 이 상태로는 조만간 잠결에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
카이네는 머리를 흔들었다. 지나친 생각이다. 고작 꿈 정도로.
천막에서 나오자 바깥쪽 초원지대는 안개가 끼어 있었다. 뺨에 닿는 바람은 오늘은 계속해서 흐릴 것을 알리고 있다.
평원에 무리짓는 양들도 몸을 숨기고 있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그렇다. 이런 날에 밖으로 나오는 바보는 없다. 마물에게 습격받기 때문이다. 자연히 입술이 일그러지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마침 잘 되었다. 이런 날은 마물을 죽이기에 더할 나위 없다. 괜찮다. 마물을 죽이고 있으면 기분이 개운해질 것이다. 마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카이네는 검을 들고는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신화의 숲으로 갈 생각이었다.
1개월 정도 전부터 주민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듯하다. ‘듯하다’는 것은 해안 마을 근처에서 마을 사람들의 소문을 지나가다 들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은 놈들과 사이좋게 대화하는 성격이 아니다. 튜란이 사라진 후에도 비사교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 튜란.
그 몸을 침식하고 있던 마물이 사라지고 3년이 지나려 했다. 언제나 느끼던 몸의 통증이 없어진 대신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검술과 이상한 근력은 그대로 남았다. 원래 마법은 잘 쓰지 못했기 때문에 별반 불편하게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어째서 튜란이 사라진 것인가? 그것을 떠올리려 하면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된다. 기억해 내려고 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카이네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신음한다.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지 않는다!
힘껏 검을 휘두른다. 한순간 안개가 갈라진 자국이 생기지만 금세 녹아 사라진다.
평소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상관없다. 이런 사소한 것을 생각하는 머리로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리라. 오른손으로 십자를 그리듯이 검을 휘두르고 허리에 찬다.
신화의 숲에 마물이 있으면 좋겠다. 베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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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날. 요나라는 소녀를 구한 그 장소.
마왕을 매장하고 자신의 마물이 사라진 그날. 「진짜 인간」이 꾸민 어리석은 계획은 무너졌다.
그러나 그로써 끝이 아니었다. 왕을 잃은 마물들이 원래 몸을 되찾으려 마구잡이로 사람을 습격하는 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배신자 사제가 말하던 「게슈탈트 계획」이 진실이라면 이 세상은 원래 있어야 할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된다. 즉, 원래는 하나가 되어야 할 「게슈탈트」와 「레플리칸트」가 서로 죽이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관리해야 할 사제인 데보루와 포포루는 죽고 말았다.
결국, 이 세상은 멸망하는 것이리라. 조모의 복수에서 시작된 싸움 끝에 마왕을 쓰러뜨리고, 마물을 쓰러뜨리고, 우리들 레플리칸트의 미래의 가능성도 부수고 만 것이다.
관계없다.
자기에게는 습격해오는 마물을 죽이는 것만이 살아가는 의미이다. 오로지 이 검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이런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싸울 뿐이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지도 않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싸움으로 날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죽는다. 그때까지의 시간 때우기로 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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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돌문을 지나고 딱 12걸음. 그만큼 걸은 곳에서 카이네는 이변을 깨닫는다.
그것은 카이네의 궁극적으로 엉성한 성격 탓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훨씬 일찍 바로 앞에서 깨달았을 것이 틀림없다.
발아래에 뒹구는 굵은 나무뿌리 같은 기계 케이블. 그뿐이 아니다. 진짜 식물도 나선형으로 얽히는 형상으로 기계 사이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것이 길게 숲 지면에 뻗어 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식물과 기계가 뒤섞인 모습이었다.
식물의 가지 같은 부분에서는 걸쭉한 녹색 기름이 떨어지고, 뱀 같이 구불거리는 기계 사이에는 본 적도 없는 기분 나쁜 꽃이 빽빽하게 피어 있다. 기계와 식물의 덩굴이 뒤얽혀 만들어진 나무가 몇 개나 지상으로부터 하늘을 향해 나 있다. 이게 무슨 생태계인지, 애당초 식물과 기계가 어떤 논리로 공생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이것을 숲이라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카이네는 본능적으로 여기가 자기들의 세계와는 양립할 수 없는 것임을 느꼈다. 그럼에도, 주위 일대에는 시원한 나무 향기가 감돌고 있다. 겉모습의 추잡함과 향기의 낙차에 어쩐지 불안한 기분을 느꼈다. 왼손은 무의식적으로 머리로 향해 머리장식의 감촉을 확인한다.
「신화의 숲」이라 불린 그 장소는 안개가 낀 조용한 곳이라고 들었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이라고 들었다. 지금 카이네의 눈에 비치는 그 풍경은 전혀 다른 광경이다.
집처럼 보이는 곳을 찾았지만 어디가 집인지 길인지도 알 수 없다. 여기고 저기고 기계와 나무로 혼돈스러운 벽이었다. 인기척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숲 안에는 주위의 큰 나무에 비해 더 큰――거목이 보였다. 안개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선은 그곳까지 가기로 했다. 달리 목표가 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큰 나무를 뛰어넘고 파이프를 자르고,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전념한다.
끈적이는 기름이 불쾌하다.
식물의 방향이 불쾌하다.
그러나 이런 불쾌한 장소는 자기에게 어울린다고 마음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숲이나 마음 편한 평원에는 어딘지 자기가 있을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이 숲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귀찮다.
길을 나아가는 것은 지독히 고생스러웠다. 애초에 제대로 된 길도 없는데다 기름인지 식물의 수액인지 모를 액체가 여기저기에서 흘러 떨어지고 있다. 지긋지긋하다. 미끄러운 발치에 욕설을 하면서 억지로 나아간다.
숲 중심부로 오자 주변 풍경에 변화가 나타났다. 기계와 식물의 복합체인 것은 변함없었으나 그 결성요소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카이네의 허벅지 굵기 정도였던 기계 관은 지금은 손가락 정도의 굵기가 되었다. 식물도 거대한 잎을 지닌 큰 것에서 서서히 작아지고 있는 듯하다. 케이블과 덩굴이 얽혀 면 요리를 쏟아 버린 것 같은 양상이 되어 있었다. 미끄러지기 쉬운 것은 변함없었지만 큰 케이블이나 나무뿌리를 넘을 필요가 없어진 만큼 나아가기 쉬워져 있었다. 완전히 지쳐 입에서 말을 꺼내는 것조차도 귀찮아졌다.
기계와 식물의 스파게티 산을 20개 정도 넘어가자 간신히 큰 나무의 뿌리 부분에 도착했다.
케이블과 식물 덩굴은 정말로 파스타 정도의 굵기가 되어 있어, 지면은 파스타로 짜인 카펫처럼 되어 있다. 전방의 거대한 나무줄기도 기계 카펫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덮여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까지 파스타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주위를 둘러본다. 조용하다. 반딧불이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지만, 그 외에 움직이는 것은 없다.
조금 더 다가가 볼까, 하고 줄기로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무언가의 기척이 난다. 검에 손을 댄다.
나무줄기와 지면의 경계에서 경사진 곳의 케이블이 끌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대량의 뱀이 기어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윽고 그것이 불거지자 흘러넘치듯 케이블과 덩굴이 지면에서 뿜어져 나온다. 대량으로 뿜어져 나온 케이블은 떨듯이 꿈틀대고 있었으나, 이윽고 한 곳을 향해 나아갔다.
케이블과 덩굴의 융합체로 무언가의 형태가 천천히 엮여 올라간다.
경계하고 있는 카이네를 앞에 두고 엮여 올라간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흉내 내고 있었다. 남자아이――로 보이지 않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에는 다리가 없었다. 거목 뿌리에서부터 상반신만이 쑥 나와 있다. 피부는 녹색 금속과 식물이고, 기름으로 미끈미끈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심하게도 머리에서는 잎이 가느다란 식물이 나와 있어,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처럼 되어 있다.
아~아, 라며 등을 젖힌 「남자아이」는 마치 지금 카이네가 있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표정을 바꾸었다.
「야아. 나는」
소년의 머리가 날아갔다. 카이네가 가로로 벤 것이다. 처량한 두부(頭部)는 멀리 날려보내져 케이블과 고철로 만들어진 기계 카펫으로 착지한다. 많은 지렁이가 도망치듯이 두부는 분해되어 지면으로 사라져갔다. 머리 아래도 똑같이 풀려서 지면 안으로 사라져간다.
기계 숲에 다시 정적이 찾아온다. 안개가 낀 불쾌한 공기가 더욱 짙어진 기분이――
「이런, 이런, 너는 난폭하구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난다. 거목을 올려다보자 이번에는 지면과 평행으로 소년이 자라나 있었다. 팔을 꼬고 고개를 흔들면서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자 그럼, 일단 자기소개를 하는 게 좋으려나?」
카이네. 대답하지 않는다.
정적. 거북한 분위기.
소년도 카이네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팔을 꼰 채 가만히 있던 소년이 고개를 흔들고 입을 연다.
「그럼, 자기소개를. 나는 이 숲의 관리인 κλΚ?Σ?χΗ?」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응, 너희 청력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좋을 대로 불러도 돼. 관리인군이든, 소년이든. 그래서, 너희는 모르는 것이 몇 가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은 없어? 1번은 『이 숲에 관해』, 2번은 『나에 관해』, 3번은 『미래에 관해』. 자, 무엇을 고르겠어?」
어때, 라고 말하듯 손을 펼치고 묻는다.
침묵. 일절 움직이지 않는 두 사람.
어디에서 왔는지 반딧불 한 마리가 카이네와 소년 사이를 날아갔다. 그 작은 빛이 안개 안으로 숨었을 때 가까스로 다음 말이 이어진다.
「그럼 1번부터 순서대로 설명할게 우선 이 숲에 관해 이 숲은 보다시피 기계와 식물로 결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이 숲 전체가 큰 기계가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야 컴퓨터라고 하는데 너희는 모르지 간단히 말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랄까 그것도 양자역학과 마소(魔素)연구의 성과가 융합된 인류가 만들어낸 궁극의 컴퓨터야 기계 기술이 전 세계에 둘러쳐져 빛의 정보가」
카이네가 바로 뒤로 검을 휘두른다. 지상에서 덮치려 하던 기계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반쪽이 된 로봇이 녹색 기름을 반짝반짝 흩뿌리면서 튕겨 날아간다. 입방체에 가까운 상자형 몸. 좌우로 짧은 팔. 로봇 산에 있던 기계와 같은 타입이었다.
「빛의 정보가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고, 그것으로 세상이 하나의 큰 두뇌같이 되어 있어. 앗, 미안해. 급습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순서를 조금 틀려 버려서. 그래서 이 숲 말인데, 이 지구(地區)를 관리하고 있는 단말기야. 하지만, 이 지구는 이제 끝났으니까 종료작업이 개시되었어. 그것이 지금의 이 상태」
종료작업?
「응. 그러니까……너는 Keiné? 카이네라고 하는구나. 응, 응. 우리 컴퓨터 앞이라면 이 세상은 정보 덩어리니까. 무엇이든 금세 알 수 있어. 게슈탈트 계획에 대해서도 알고 있구나. 그럼 싸우면서 조금 들어주려나」
상자형 로봇에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 보이는 것은 모두 고철 상자. 카이네가 입을 연다.
「그래. 너 같은 어린애의 졸린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지」
머리 위에서 떨어진 상자형 로봇을 발로 차 날려 버린다. 요란한 불꽃을 흩뿌리며 멀리까지 날아간다.
「이쪽이 성격에 맞는군」
나머지 한 자루의 검을 등에서 뽑은 후 양손을 내리고 기계들을 내려다본다. 뒤에서 소년이 말을 건다.
「아하하핫. 힘 좋네」
그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오른쪽 4대가 단번에 사라진다. 뒤에 있던 로봇에게 돌격한 후 요란한 불꽃을 흩뿌리며 구르는 고철 상자를 뛰어넘어 카이네가 뒤의 집단을 베어 넘긴다. 참격에 폭발이 일어난다. 한순간 늦게 발생한 충격파로 화염과 연기가 인다.
카이네의 모습은 로봇 무리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으나, 폭발이 연달아 일고 있었기에 멀리에서 보면 어디를 진격 중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나아가는 폭발의 뱀의 선두를 노리고 로봇이 일제히 덤벼든다. 잇달아 덤벼드는 탓에 카이네의 위로 작은 로봇 산이 만들어진다. 지표에 가까운 곳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카이네는 욕설을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로봇의 장갑을 벗겨 연료 파이프 같은 곳을 단번에 찌른다. 예전 싸움에서 카이네는 배웠다. 여기를 공격하면 고철 상자가 간단히 폭발한다는 것을.
높이 쌓인 로봇 산이 단번에 사라진다. 카이네는 철판을 방패 삼아 충격파로부터 몸을 지켰다. 폭발로 날아가는 그 철판을 발판삼아 다음 표적에 공격을 퍼붓는다.
「굉장해! 레플리칸트의 한계를 초월했어!」
카이네가 눈썹을 찌푸린다. 가까운 로봇을 오른손으로 양단하면서 왼발로 다른 로봇을 차 날린다. 점프하는 줄 알았으나 능숙하게 로봇들의 머리 위를 가볍게 뛰어오르며 간 길을 되돌아온다. 그 뒤를 막대한 수의 미사일이 추격해왔다. 카이네는 무언가 외치고 있는 듯했으나 잘 알아들을 수 없다. 그 사이 미사일이 착탄해 일어난 폭발에 카이네가 둘러싸인다. 소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카이네의 상태를 보려 했을 때 폭염 중앙에서 카이네가 뛰쳐나와 소년을 덮쳤다. 그것이 검인 것을 소년이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카이네는 소년을 정확하게 둘로 가른 후 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차 날리면서 도약하고, 이 진드기 자식이 어쩌고 하는 목소리를 남긴다. 거기에 추격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진다.
작은 폭발이 몇 겹이나 맞물려 큰 열구(熱球)를 여기저기에 만들어갔다.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던 몇 대의 로봇이 휘말려 피해를 더욱 넓힌다. 폭풍(爆風)에 밀려 올라가는 듯한 형상으로 큰 나무를 수직으로 뛰어 올라간 카이네는 도중에 있는 적당한 가지 위로 뛰어 옮겨간다.
마력을 잃은 후의 카이네의 검술과 체술은 날카로움을 더했다. 검 자체의 파괴력은 이전 그대로였으나, 자기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무모한 공격이 늘어났다. 그 스릴을 즐기지도 않고, 힘에 도취하지도 않고, 담담히 파괴를 실행한다.
인간은 무모하면 죽는다. 그 사실을 향해 곧바로 돌진해 나가는 듯한 전법이었다.
카이네는 앞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상을 내려다본다.
폭발과 불길로 주변은 다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미사일의 착탄점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고, 안에서는 토막 난 케이블과 식물이 기묘한 소리를 내면서 터지고 있다.
숲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던 카이네가 왼쪽으로 눈을 돌린다.
시선 끝에서 가지가 부자연스럽게 꿈틀대고, 그 끝이 소년으로 변했다.
「후후훗. 이것은 너희를 『끝내기』위한 장치야」
소년은 자못 재미있다는 듯 입에 손을 대고 말한다.
「게슈탈트 계획은 지구 단위로 관리되고 있지만, 일정조건을 만족하면 그 지구는 계획 실패로 간주하지. 그렇게 되면 우리가 나설 차례. 여러 가지 뒷정리를 하고 게슈탈트들이 다른 지구의 인간에게 구출될 때까지 동결한다. 그런 순서야」
카이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눈 아래의 참상을 바라보고 있다. 열풍에 흔들려 카이네의 얼굴이 오렌지빛으로 너울거렸다.
「너희가 로봇 산이라 부르는 기계는 그러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어. 레플리칸트를 모두 파괴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이 숲이 이 지구를 뒤덮을 계획이지」
지상에서는 로봇들이 삐걱삐걱 신음하면서 녹색 거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동료의 잔해 처리와 소화활동을 하는 듯하다. 그것을 보면서 카이네가 문득 말한다.
「그렇다면, 전부 부술 뿐이다」
가볍게 낙하하는 카이네. 그 도중, 소년을 보면서 「너는 나중에 죽인다」고 말을 걸었다. 소년은 웃는다.
카이네의 그 가뿐한 겉모습과는 반대로, 착지와 동시에 실행한 공격은 주위에 있던 로봇을 10m 이상 날려보내 로봇 공백지대를 만들었다.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2자루의 검으로 재빠르게 파이프투성이인 지면을 가른다. 생겨난 것은 카이네를 중심으로 한 반경 2m의 골짜기였다.
「무엇부터 쓰러뜨릴지 생각하기 귀찮다. 너희 쪽에서 와라. 이 선을 넘으면 전부 깡통으로 만들어 소재 가게에 팔아넘겨 줄 테니 기대해라, 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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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네에게는 3개의 룰이 있다.
자기가 폭력적인 것을 카이네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검을 들 때에는 스스로 3개의 룰을 부여하고 반드시 지켜왔다.
우선 첫 번째 룰은 「마물이라면 벤다」이다. 자신은 할머니를 죽인 마물들을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인간이 아니다. 마물이라면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죽인다.
두 번째 룰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벤다」. 인간을 습격하는 것이라면 로봇이든 동물이든, 반드시 죽인다. 확실히……옛날에는 그렇게까지 성가시지는 않았지만.
세 번째 룰은 「마음에 안 들면 벤다」. 마지막 룰로 어느 정도 자제할 수 있을지 알 바 아니지만.
어쨌든 이 3개의 룰에 해당하면 죽여도 되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여기 녀석들은 적어도 2번째와 3번째 룰에 위반된다. 죽이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이유이다.
카이네는 그 규칙대로 라인 안으로 들어온 적을 모조리 고철 토막으로 바꾸어 나갔다. 전후좌우는 말할 것도 없이 위아래에서 덮쳐오는 기계들을 정확 냉정하게 최소한의 동작으로 벤다. 처음에 검 끝으로 지면에 그린 라인은 이미 로봇의 잔해로 보이지 않게 되었으나 그 영역에 들어와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은 한 대도 없었다.
카이네의 검 끝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일절 없다.
벤 여세를 이용해 다음 적을 쓰러뜨리고, 그 검의 반동으로 또 다음 적을 가르면서 팔꿈치로 적의 돌진을 받아넘긴다. 뒤를 공격할 때는 고개를 향할 것도 없이 기척과 감만으로 베어 버린다. 마구 베는 것 같으면서도 그 모든 공격이 효과적인 대미지를 가하고 있다.
원운동을 그리는 검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어, 멀리에서 보면 검의 잔상이 아름다운 구형으로 보였다.
그래도 30분을 넘겼을 무렵에는 역시 카이네의 숨도 가빠지기 시작한다. 공격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해 대미지를 입는 일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봇들이 치명상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와 기름 범벅이 된 카이네의 모습이 숲 안에서 이상한 열기를 띠고 있다.
안갯속에서 대형 로봇이 돌진해온다. 이제까지의 타입과 다르다. 긴 손발. 2개의 눈. 로봇 산의 최심부에 있던 그 녀석과 닮았다. 어린 마물과 함께 있던 기분 나쁜 녀석이었다. 그때의 불쾌감이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그 마물의 절규가 두개골 안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실히……누군가가 함께 싸웠던 듯한 기분이 든다. 머리가 찌르듯 아프다.
「하하핫. 그것이 너의 소중한 사람?」
사춘기 전 특유의, 귀에 거슬리는 소년의 목소리가 숲에 울려 퍼진다. 더 이상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럼, 그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으면 좋은 것을 가르쳐 줄게」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카이네는 맞받아쳐 말할 여력이 없다.
흥정할 것도 없다. 적은 죽인다. 마지막으로 수다스러운 꼬마를 죽인다. 그뿐이다.
대형 로봇은 이전에 싸운 타입과는 달라져 있었다. 팔은 거대한 집게가 되었고, 눈 위치에는 라이트가 4개 있다. 그것은 심해 게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상대하기 쉽다. 인간 형태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게는 오른팔을 크게 쳐들고 돌진해 온다. 저런 바보같이 큰 예비동작으로 먹잇감을 노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아이라도 알 수 있는 위협이다.
게는 오른쪽 집게를 내리치고 그 공격으로 만든 오른팔의 그림자로부터 왼팔 집게를 사용해 마법탄을 발사. 카이네는 무엇도 피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은 채 돌진한다. 전방의 마법탄을 쳐냄과 동시에 오른팔을 집게째 베어 올린다. 남은 마법탄도 참격의 여파로 파열되었다. 로봇의 오른팔이 관절 부분부터 깨끗이 잘려 날아간다.
이상하다. 손에 닿는 느낌이 이상하다. 그리 생각했을 때에는 늦었다. 시야 오른쪽 위. 게의 오른팔이 잡아 뜯긴 밑동 부분에 대형 포구가 보였다. 이미 그 마법탄은 전개를 종료하고 임계상태에 도달해 있다. 대형 마법 발사구다. 2중 덫. 깨달음과 동시에 마법탄이 발사되었다.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발사음과 동시에 착탄의 폭발이 카이네를 감싼다. 게는 발아래에 있는 카이네를 향해 더더욱 포격을 계속한다. 폭풍에 그 거체가 공중으로 떠오를 정도의 맹렬한 탄막이었다. 주변의 케이블과 쇳조각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게는 득달같이 집게가 붙어 있던 남아 있는 왼팔을 치켜든다. 폭연(爆煙)으로 카이네는 보이지 않았으나, 기록되어 있는 마지막 위치에 집게를 내리꽂는다.
카이네의 위치를 다시 포착하려 한 다음 순간, 왼팔에 예측 못 한 압력을 받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계산하기 전에 「공격받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왼팔이 2개로 갈라진다. 오른팔의 마법포로 반격을 꾀하지만 타깃을 찾을 새도 없이 밑동부터 베여 떨어진다. 남은 몸통으로 카이네를 눌러 부수려 거체를 비틀었을 때에, 이미 잘려 있던 몸통이 깨끗이 2동강 났다.
지면으로 쓰러져 연기를 내는 게의 거체. 그 중앙에는 카이네가 피투성이로 서 있었다. 왼팔이 팔꿈치 관절에서부터 묘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으나 힘껏 검을 휘둘러 정상으로 되돌린다. 짐승과 같은 카이네의 신음 소리가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 안에서 낮게 퍼진다.
「네가 살기 위해 잃은 정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지. 최근 무언가를 기억해낼 수 없어서 괴롭지? 무언가가 부족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슬프지?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게! 단, 이 아이들을 이길 수 있다면 말이야!」
카이네는 천천히 등 뒤를 돌아본다.
그 앞에 쇠와 식물이 인간 형태로 모여들어 간다. 수는 5명, 아니, 5대다. 단정히 가다듬어진 용모. 날씬한 체구에 풍만한 유방. 좌우의 다섯 손가락이 움켜쥔 불길한 검. 그것은 카이네 그 자체였다.
카이네는 한동안 인형들이 대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카피라는 것을 깨닫는다. 카이네는 처절한 미소를 띤다.
마침 나도 그 녀석들을 죽이고 싶던 참이다!
5명의 카이네가 고압 수류를 내뿜어 날려보내진 카이네가 큰 나무에 격돌한다. 주르륵 떨어지는 도중에 충격파로 날려보내진 기계의 잔해가 오른팔을 직격. 외침이라고도 비명이라고도 할 수 없는 소리가 카이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엉망진창이다. 카이네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년의 목소리가 멀리에서 울리고 있다.
「그 5명은 네 레플리칸트를 결성하고 있는 정보를 개조해서 만들어낸 기계인형이야. 너보다 더 고기능화해 보았는데, 어떠려나」
어떻고고 저떻고고 알 게 뭐냐.
「여기에서 2번째 이야기. 나는 이 숲의 관리인으로, 모든 마소와 그 효과를 컨트롤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야. 프로그램이라는 것은……뭐라 해야 좋을까……그렇지. 네가 알고 있는 『백의 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 게슈탈트도 레플리칸트도 삶도 죽음도 모두 우리 손바닥 안이라는 뜻」
카이네가 천천히 일어선다.
소년은 조금 쓸쓸한 듯한 얼굴을 한다.
「나는 어째서 이런 하느님 같은 힘을 가졌는지 죽 생각했었어.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5명의 기계인형이 덤벼든다. 이렇게 완전히 지친 상태로, 그것도 5명의 자신을 상대한다? 승산이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오른손이 조건반사로 움직이려 했다. 아직 싸울 수 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검을 선두 인형을 향해 내던진다. 상대의 머리에 명중함과 동시에 도약해, 꽂혀 있는 검을 카이네의 뛰어차기가 깊이 밀어 넣는다. 그대로 검을 발판삼아 전방으로 회전하면서 돌진. 가까이에 있는 또 한 대의 몸을 가로로 베어 넘겼으나……떨쳐버릴 수 없다. 몸을 베인 인형은 배에서 녹색 기름을 뿜어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으나, 그 뒤에서 카이네의 칼끝을 2대의 인형이 4자루의 검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억지로 밀어내려는 카이네의 왼쪽 배에 강렬한 충격이 전해진다. 남아 있던 인형에게 채인 것이다.
2번, 3번, 인형 사이로 나동그라진 끝에 지면을 구르고 간신히 움직임을 멈춘다. 일어설 수가 없다. 입안에 모여 있는 위액과 피가 섞인 것이 기침과 함께 야단스레 흩뿌려진다. 녹색 기름에 붉은 피가 섞여 지면에 기묘한 모양을 그려갔다.
어느새 소년이 카이네 옆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3번째. 미래 이야기.」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이 세상을 종결시키기로 했어. 인간도 기계도 더는 필요 없어.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세상 따위는 필요 없어. 이 세상은 실패였어. 내게 더는 존재할 의미 따위는 없어」
3대의 인형이 카이네에게 다가간다. 입이 이상하게 크게 열리고 무섭도록 큰 소리로 불협화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카이네는 억지로 몸을 끌면서 일어선다. 그래도 놈을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한 방 먹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왼손의 검으로 3명에게 덤벼들려 한다. 인형들이 춤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고압 수류를 사출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늦었다. 무수한 물 채찍이 카이네를 덮친다. 왼팔이 수류에 날려보내지고 그 충격이 카이네에게――
「얍!」
맥빠진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카이네씨! 괜찮으세요!?」
들은 적이 있는 그 목소리.
「에밀……?」
대미지로 멍해진 시야로 힘껏 초점을 맞춘다. 멈칫했다. 부자연스럽게 커다란, 둥근 머리가 떠 있다. 구멍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저것은 눈인가? 이 에밀은 뭐지……. 아아, 에밀. 에밀이다. 아니, 카이네가 알고 있는 「에밀」이 아니다. 에밀은 더……평범한 모습이었다. 팔이 4개나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에밀은 4개의 팔로 4개의 마법진을 전개. 3대의 기계인형들을 마법 팔로 억누르고 있었다.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인 카이네를 깨닫는 에밀.
「아아, 이거요? 실은 몸을 다시 만드는 도중에 잘되지 않아서 팔이 늘어나 버렸어요~. 하지만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나으려나 싶기도 하고. 카이네씨야말로 뭐 하고 계세요?」
카이네, 얼떨떨한 표정인 채 대답한다.
「……싸우고 있어」
「그렇죠! 저도 함께 싸울게요!」
야아아앗 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억누르고 있던 3대가 찌부러든다. 보이지 않는 힘에 기름과 소리를 내뿜으며 부서져 갔다.
너무나 느닷없이 일어난 일에 이 테루테루보즈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에 뇌가 애를 먹는다. 의지력으로 그 반응을 억누르고 에밀을 기억해낸다.
무슨 일이 있었지? 어디에 있었지? 어째서 여기에 있지?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같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한, 의심할 것 없는 사실이 있다. 그는 동료이다. 함께 싸운 동료이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을 리 없다.
무언가가 에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무참히 잘린 인형의 상반신이었다.
「와아아아앗」
에밀은 소리치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쿵! 하는 큰 소리가 나고……아무런 충격도 없었다.
지면을 보자 좌우로 두 쪽이 난 인형이 더 굴러다니고 있었다. 인형의 잔해는 풀어지듯이 그 모습을 잃고 지표면의 기계로 흡수되어 간다. 그 너머에서는 새로운 카이네 인형이 생겨나고 있다.
검에 묻은 기름을 털어내면서 카이네가 일어선다.
검의 날은 이가 빠지기 시작해 있었다.
「카이네씨! 이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어도 끝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
「저 가장 큰 나무 중심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져요! 저기가 이 녀석들의 에너지 원류일 거예요!」
에밀이 부서진 인형을 주운 후 가리킨다.
큰 나무 밑동에는 구멍 같기도 하고 사당 같기도 한 큰 구덩이가 생겨 있다.
「저기를 똥 같이 짓뭉개 버려요!」
카이네는 쓴웃음 짓는다. 똥을 짓뭉개면 더러운데……하지만 뭐, 그렇다. 짓뭉갤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밖에 할 수 없다.
큰 나무로 가는 길이 점점 부풀어 올라 고치 형태가 되어 간다. 그 고치는 순식간에 카이네를 흉내 낸 번데기처럼 되어갔다. 희고 요염한 박피 아래에서 기계인형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큰 나무를 부순다. 카이네는 뛰어나간다.
가까이에 있는 인형을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고압 수류 채찍은 에밀이 방어해 주고 있다.
「괜찮으세요!? 제가 방――」
에밀의 머리 위에서 10대 이상의 기계인형이 각각 창과 같은 기세로 쏟아져 내렸다. 아아아아아 라는 에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기 전에 카이네가 검으로 지면과 함께 10대의 인형을 에밀째로 날려 버린다. 날려가는 도중 공중에서 재빠르게 반전하는 에밀.
「진짜! 카이네씨는 정말로 난폭하다니까요!」
「하지만, 가까워졌어」
에밀이 머리를 들자 조금만 더 가면 큰 나무 밑동에 닿을 위치까지 와 있었다.
소년의 목소리가 위에서 울려 퍼진다.
「하하하핫! 굉장해! 정말 굉장해! 레플리칸트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줘! 보여줘!」
큰 나무의 나무줄기에서 꿈틀하고 튀어나온 소년은 기쁜 듯이 말한다.
카이네가 나무 밑동으로 덤벼든다. 너무나 거대하기에 어떻게 공격해야 좋을지 몰랐으나, 일단 움푹 팬 부분의 중심을 베 보았다. 그러나 도무지 상처 하나 생기지 않는다. 다른 부분에 비해 엄청나게 단단한 소재였다.
「물러서 주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곳이 갑자기 폭발해 카이네가 튕겨 나간 후였다.
「위험하잖아! 바보!」
「아하하핫. 카이네씨는 죽어도 죽지 않아요!」
에밀이 연달아 폭발을 일으킨다. 큰 나무의 밑동이 도려내 진다. 주위에서 덮쳐드는 기계인형은 카이네가 베어 버렸다.
「카이네 씨!」
에밀이 외친다. 카이네가 큰 나무 밑동을 보자 중앙부 근처에 큰 마법 장벽이 드러나 있었다.
「이것은 제 마법으로 부서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이쪽의 카이네씨들을 부술게요! 그러니까 그쪽은 카이네씨가」
에밀이 말하고 있는 사이에 카이네는 마법 장벽에 검을 내리꽂는다. 엄청난 섬광이 흘러넘친다. 마법을 영창할 때에 나타나는 신비한 문자가 공중으로 흩어진다.
「그래! 거기가 우리의 기간(基幹) 프레임이야! 굉장하지. 세계의 정보가 빛이 되어 모이고 있다고. 마소와 정보가 하나가 되어 큰 강같이 되어 있지!」
소년이 마치 남 일처럼 웃으면서 외친다. 카이네는 계속해서 검을 내리꽂는다. 에밀이 인형들을 날려 버리면서 카이네의 등 뒤로 다가붙는다.
「카이네씨!」
주위 지면의 형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잘 보자 거수의 형태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단정하게 짜여 있던 케이블이 해체되어 간다. 풀린 케이블과 식물들이 의사를 지닌 것처럼 춤추기 시작한다.
나무, 지면, 인형들의 윤곽이 뿌예지고 섞여 경계선이 애매해져 간다. 숲이 녹아 바다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너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의 본래 모습이야! 기계와 인간과 식물이 마법의 힘으로 새로운 형태로 결합해 가는 거지! 굉장해! 정말 굉장해! 레플리칸트가 이 층까지 도달하다니 굉장해!」
카이네는 기계의 중심부처럼 보이는 부근에 거의 도달했다.
그곳은 마력의 원천인 「마소」로 가득 차 있었다. 에밀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거대한 케이블군(群)으로부터 필사적으로 카이네를 지키고 있다.
거목과 지면이 융합한 듯한 케이블군은 거대한 사발 같은 형태로 변형되어 갔다.
이윽고 사발의 바깥 부분이 기묘하게 변형되기 시작한다. 얇고 부드러운 곡선.
숲 전체가 큰 추상적 문양으로 변화해 가는 것 같았다.
카이네의 주위에는 막대한 마력이 전개되어, 공중에는 언어와 철과 식물의 격류가 홍수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은……마법과 현실의 경계인가……사라져가고 있어?」
중얼거린 다음 순간, 굴러다니는 거대한 케이블에 소년이 뭉개진다.
에밀은 케이블의 폭풍을 필사적으로 쏘아 떨어뜨려 나간다.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듯했으나 카이네의 귀에는 닿지 않는다.
카이네는 흰빛에 둘러싸이면서도 오로지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여기를 부순다. 그리고……. 그리고……?
소리가 없어져 간다.
현실과 공상의 경계 같은 장소가 되어 간다.
그 앞에 소중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고가 빛에 파묻혀 간다.
빛 속에서 팔을 뻗는다. 손끝에 무언가를 느낀다.
확실히는 알 수 없었으나, 무언가 따스한 존재에 닿은 듯한.
그것이 사람인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가물가물해 잡을 수 없다.
손가락 사이로 도망치는 존재를 쫓아 카이네는 더욱 안으로 나아가려――
목소리가 들렸다.
……이네……안……돼……
카이네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돌아……안 돼……
무언가 그리운 것. 그것이 형태를 갖추어 간다.
카이네는 조심조심 손을 뻗는다.
……안 돼……
잡을 수 없다. 그 존재가 다시 사라지려 한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나는 내가 어떻게 살지 스스로 결정해!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아! 나는 칼날이 되기로 결정했다! 너의……네 칼날이 되기로 결정했다고!
무서웠다. 다시 잃게 되는 공포에 카이네는 울고 있었다.
분노하고 있었다. 되찾을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절규하고 있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되찾겠어! 무엇과 바꾸어서라도 되찾겠어!
그때 갑자기 카이네의 등이 떠밀렸다. 아주 조금 부드럽게 떠밀렸다.
카이네는 그 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계속해서 외친다. 웃기지 마! 마음대로 사라졌다가 또 마음대로 사라지다니 무슨 생각이야!? 내가 사는 의미는 내가 정해 이 목숨도 내가 마음대로 쓸 거다, 그러니까
어서 돌아와
이 썩을 ※★○▲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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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그라진다.
하늘이 보인다. 넓은, 푸른 하늘.
「신화의 숲」은 온데간데없어져 있었다.
숲을 결성하고 있던 기계와 식물은 나선상으로 짜여 올라, 완만한 커브를 그리는 얇은 평면이 되어 있다. 그 평면이 몇 장이나 방사상(放射狀)으로 모임으로써 하나의 큰 지면을 형성하고 있었다.
지면 가장자리에서는 기름이 넘치고 있었는데, 그 양이 너무 많아 폭포처럼 흘러 떨어지고 있다.
일찍이 숲이었던 장소의 중심부는 매끈하게 패여 있고, 그곳으로부터 연녹색 탑이 높이 솟아 있었다.
멀찍이서 보면 그것은 마치 거대한 꽃 같았다. 꽃잎 중앙에 암술이 꼿꼿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한 송이 꽃. 그 형태는 「달의 눈물」이라 불리는 꽃과 많이 닮았다.
거대한 꽃의 중심. 암술 탑 정상에는 카이네가 있었다.
두 팔 안에 특별한 존재를 껴안고.
익숙한……하지만 그리운 얼굴이 평온한 숨을 쉬며 잠자고 있다. 둥실둥실 떠 있는 에밀이 카이네에게 다가간다.
카이네는 얼굴을 든다. 그때, 빛 안에서 등을 떠민 그때에 확실히 목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을 잘 부탁한다, 속옷녀――
그들은 다시 만난다.
그때보다도
아주 조금 모습이 변한 에밀과
아주 조금 어른이 된 카이네와
그리고 아주 조금 아이로 돌아간……그가.
그렇다……그 이름은…….
_M#]
흑흑흑 너무 잘봤습니다.n니어가 허무하게 가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는데 n한줄기 희망이 있었군요 n비록 세상이 꿈도 희망도 없는 곳이지만 저들이 잘 살꺼라고 믿습니다.
저도 D엔딩 보고 멍했는데(여러 가지 의미로;;) 이걸 보고 진정했습니다-ㅅ-n잘 살겠지요, 음[끄덕끄덕]
덕분에 정말 잘 보고 갑니다!n엉망진창인 세계지만, 그래도 정말로 잘 행복하게 어떻게든 다시 만났다는 것에 위안을 두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n정말 뭐랄까 OST 카이네/Escape 들으면서 보다보니까 뭉클해지기도 하네요..
즐겁게 보아 주셨다니 기쁠 따름입니다.n게임 그대로 끝이 아니고 이렇게 소설로나마 끝맺음을 볼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지요^~^;
저도 오늘 D 엔딩까지 보고 님께서 번역하신 설정집이나n기타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완벽하군요.n정말 감사합니다.n이로서 니어의 전후 배경, 이후의 이야기들을 모두 알게된 느낌이네요.n너무 고생하셨습니다^^
해석해 놓은 소설 5편 외에도 제가 아직 해석하지 않은 개발자 인터뷰나 나머지 소설까지 읽어보시면 사소한 것까지 더 많이 알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언어나 금전의 압박 때문에 쉽지는 않죠^^;n특히 개발자 인터뷰가 꽤 볼 만한데 제가 요즘 해석할 시간이 안 나네요;n어쨌든 즐겁게 봐 주신 듯해 기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D보고 세이브도 날라가고 멍~ 했는데nn좋은 정보와 번역 등등등 감사합니다
같이 보고 즐거워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기쁘네요^-^n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참 찾아다니다가 이렇게 보게 되네요.n감사합니다’ㅂ’n결국 3명이서 세상이 멸망하는 때를 지켜보게 되는건가 싶어지네요.
안녕하세요^^n결국 최후의 1인은 에밀이겠죠. 레플리칸트가 아니니[먼산]
카이네 결국 저주는 못 푼건가요?? ㅠㅠn니어랑 행복하게살길 바랬것만…
카이네에게 저주는 안 걸려 있습니다.n양성구유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레플리칸트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면서 시스템상 에러로 태어나면서부터 그 상태였지요. 게임 본편에서 니어 성인 버전으로 넘어간 직후에 나오는 소설 모드(-_-)가 그런 카이네의 핍박받던 어린 시절에 대한 내용입니다.n그게 고쳐지려면 일단 지금의 몸이 죽은 다음에 다음 생애(?)에 에러가 고쳐지고 정상적으로 태어나야 하겠지만, 그 시스템 담당자인 포포루와 데보루가 죽었으니 불가능해졌죠-_-an지금의 카이네와 니어는 흑문병으로 죽을 때까지 어떻게든 잘 살려나요…?;
저기 니어 후속편은 나올 계획이없나요? 어디서 본바로는 멋지고 아름다운 엔딩으로 후속나온다던데 루머인지….그래서 이렇게 어둡다던데 아닌가요?
글쎄요, 들은 바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니어를 끝으로 제작회사님께서 운명하셨다고 합니다…n스퀘어 에닉스 말고 Cavia라는 개발사님이 말이죠.
번역 고맙습니다. 현우님 블로그에서 d엔딩까지 보고 먹먹해져서 이것 저것 찾아보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뒷 이야기를 보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네요. 니어와 카이네가 다시 만나서 다행입니다. 게다가 잘 부탁한다고 들려오는 백의서의 목소리라니 정말 기쁘네요.
저는 해석만 했을 뿐이지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번역 감사합니다n진여신전생 이래로 최고의 스토리였습니다
세계수의 미궁과도 조금 접점이 보이네요n아 캐비아여…
저도 스토리로는 이제까지 한 게임 중 최고였습니다.n캐비어가 남아 있었다면 후속편을 기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조금 아쉽군요.
번역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임을 플레이 한 뒤 미처 가시질 않았던 여운이 여기서 잘 갈무리 되네요. 정말 찬사를 아낄 수가 없는 스토리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게임 엔딩을 다 보고도 찜찜한 기분이 소설로 해결되지요.
다만, 소설 후에 어떻게 되었을지를 더 생각하면 되레 착잡해지기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