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3 공식 소설 해석.
STRANGER편 끝.
본문 중에 닷지의 목소리가 귀엽다고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난 절대 인정 못한다(゜Д゜) FF13 플레이하면서 닷지 목소리 나왔을 때 정말 분위기 확 깬다고 생각할 정도로 목소리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는-_-;;
이 다음은 팡과 시드의 만남편.(왠지 3류 연애소설 예고 같...ㆀ)
아마도 다다음 주 중순 이후에 올라올 듯. 만약 FF11에 다시 활활 불타올라 진정이 안 되면 더 늦어질 수도 있고( -_-)
이 소설 해석 퍼가지 말 것.
일어 원문을 무슨 수를 써서 구해서 퍼뜨리든, 따로 해석을 해서 뿌리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만, 내가 해석한 내 해석본은 퍼가지 마시오.
링크는 마음대로-_-)~
「FINAL FANTASY XIII Episode Zero -Promise- STRANGER③」
4
어제는 오로지 압도되기만 했을 뿐인 인파에도 오늘은 익숙해졌는지 어느 정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 2인조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싫었기에 어제와는 조금 떨어진 지역을 걷기를 제안했다. 팡은 「그쯤이야 또 때려눕히면 되잖아」라며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제 걸은 지역은 의류를 취급하는 가게가 많았지만, 오늘은 식료품점과 음식점이 두드러진다.
「저것 봐. 야채를 팔고 있어」
신선한 녹색에 붉고 노란 선명한 색이 산재해 있다. 가까이에서 보니 어떤 야채나 크고 신선함 그 자체이다.
「그 밭과 완전히 다르군」
「하지만, 이거, 어쩐지 만든 것 같지 않아? 정말 먹을 수 있는 것일까」
크기나 형태가 지나치게 정연해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그 밭의 야채는 겉보기에는 빈약했지만 단번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또 이상한 방법으로 만들고 있는 거 아니야?」
「코쿤이니까 그럴지도」
색깔이 있는 액체를 틀에 부어 야채를 만드는 광경이 뇌리에 떠올랐다. 설마, 하고 바닐라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겨우 그만한 밭에서 공급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코쿤에도 여러 가지 장소가 있는 거겠지, 분명」
「다른 곳에 가 보면 기억이 돌아올까」
바닐라는 그것에는 답하지 못하고 그저 발끝을 보고 있었다. 팡은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은 안다. 어제 무관계한 소녀가 르씨가 되었다. 전부 자기들이 꾸물댔던 탓이라 믿고 있다.
아닌데. 잘못한 것은 나이고, 팡은 아무 잘못도 없건만.
바닐라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때 옆에서 몸을 훌쩍 돌리는 기척이 났다.
「팡?」
「거기에서 기다려」
「잠깐!?」
붙잡을 틈도 없었다. 팡의 모습은 순식간에 인파에 섞여 사라졌다. 어쩔 수 없다. 바닐라는 건물 벽에 기대어 팡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식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기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여성이다. 아이와 함께인 사람도 많다. 다만, 바라보고 있자 위화감을 느꼈다.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바닐라는 가게에 들어가는 손님과 나오는 손님을 유심히 관찰했다.
위화감의 정체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손님의 짐이다. 식료품점에서 나온 손님의 대부분이 빈손이었다. 아까 야채를 취급하는 가게도 그렇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손님 전원이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자택에 배달하는……그런 시스템인 걸까」
그랑 펄스에서도 부피가 큰 물건이나 무거운 물건은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배달받을 때도 있다. 다만, 식료품 정도는 다소 무겁더라도 스스로 갖고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빈손인 손님이 대량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영문을 모르겠어, 하고 고개를 흔들었을 때였다.
「기다리게 했네」
갑자기 차가운 것이 뺨에 닿았다. 꺅, 하고 소리치며 바닐라는 뛰어올랐다.
「미안, 미안」
팡이 음료수 캔을 손에 든 채 웃고 있다.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
「그렇지만」
바닐라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면서 그 캔을 받아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샀어」
무심코 캔과 팡의 얼굴을 견주어 본다. 현금은 갖고 있지 않았을 터이다. 애당초 코쿤에 화폐나 지폐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거」
팡이 꺼낸 것은 어제 2인조에게 빼앗은 카드였다.
「코쿤은 이상한 곳이야. 이런 것으로 무엇이든 손에 들어오다니 말이야」
팡은 그렇게 말하면서 캔에 든 음료수에 입을 댔다. 마셔, 하고 재촉받은 바닐라도 캔을 땄다. 조금 특이한 구조의 캔이었으나, 따는 법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 맛있다」
「가장 달고 맛이 진한 것을 달라고 했지」
싱거운 것이나 신통치 않은 맛인 것만 먹던 탓에 확실한 달콤함이 있는 음료수가 굉장히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물건을 사다니, 어떻게 된 거야?」
「구조는 몰라. 다른 녀석 흉내를 냈을 뿐이야. 봐, 저 손님」
팡이 옆에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확실히 여성 손님의 손에는 많이 닮은 카드가 있다.
「아까 지나친 가게에서 보았어. 그래서, 혹시나 하고 시험해 보았지」
「그렇구나. 그래서 그 두 사람 돈을 안 갖고 있었구나」
「하지만, 코쿤에 현금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더군」
팡의 시선이 이번에는 다른 가게로 향했다. 분홍이나 흰색으로 장식된 귀여운 건물, 과자점이었다. 주먹을 꼭 쥔 아이가 가게로 뛰어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잔돈을 움켜쥐고 좋아하는 과자를 사러 가는 것은 그랑 펄스에서도 코쿤에서도 공통된 아이의 즐거움인 듯하다.
「아이들은 현금을 쓰고 있어」
다시 쇼핑객의 모습을 살피니, 확실히 어른은 누구나 카드를 쓰고 있었다. 본인이 카드를 무언가에 밀어넣거나 갖다 대는 경우도 있고, 점원이 특이한 형태의 기계를 카드에 가까이 대는 경우도 있고, 사용방법은 여러 가지인 듯하다.
「무기를 파는 가게도 있는 것 같아. 이것이 있으면 살 수 있어」
팡이 씩 웃는다.
「싸울 수 있다고」
「하지만……」
어제 2인조는 어이없을 정도로 약했다. 팡 혼자서, 그것도 맨손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때려눕혔다. 새도 물고기도 약했다. 분명 코쿤에 사는 생물은, 인간도 포함해 싸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우리가 르씨에 선택된 것은 코쿤과 싸우기 위해서잖아」
「그렇지만. 지금은 싸울 필요가……」
없다, 고 단언해 버려도 되는 것인가. 바닐라는 망설였다.
「그렇군. 여기는 바보 같이 평화로우니 싸우지 않아도 될지도」
「분명 그럴 거야」
스스로도 의외일 정도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나 팡을 싸우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자신에게 새삼스레 놀란다.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이번 사명은 무엇이지? 그것이 확실하지 않으면」
역시 거기로 도달하는 것인가. 그 문제로 돌아가고 마는 것인가 하고, 바닐라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그보다 먼저 팔씨 구경하러 안 갈래?」
바닐라와 팡은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본다.
「에우리데는 맨 마지막날에 가면 돼」
「하지만, 불꽃놀이 대회가 가까워지면 붐비는 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네」
큰소리로 말하고 있던 것은 연배 여성들의 그룹이었다. 그녀들은 틀림없이 「팔씨 구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에우리데. 그곳에 코쿤의 팔씨가 있다는 것일까.
두 사람은 태연하게 여성들의 그룹 뒤를 걸었다. 그 외에도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흘릴지도 모른다.
「소형기를 차터(charter 전세)할까? 이 인원이라면 머릿수대로 나누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데」
「아까워. 열차면 충분해」
팔씨가 있는 에우리데는 아무래도 꽤 먼 듯하다. 일부러 열차를 쓸 정도이니까.
「열차 대수는 어땠더라?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면 그래도 괜찮지만」
「보덤역에 문의해 보자」
「찬성. 그러고 보니, 딸에게 부탁받아서 이 쇼핑몰의……」
팔씨와 에우리데에 관한 화제는 여기까지였다. 그녀들의 수다는 어디에서 무엇을 산다는 둥, 무엇을 먹는다는 둥 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더 이상 중요한 정보는 끌어낼 수 없겠다고 생각한 참에 그녀들은 가게로 들어갔다. 엿듣기를 끝낼 때이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가게 앞을 지나치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에우리데라고 말했던가」
「아아. 그곳에 있는 거로군, 도둑 두목이」
그랑 펄스에서 물자를 약탈한 팔씨와 동일한 것인지는 불명이었으나, 「코쿤의 팔씨」이니 다 똑같은 것이리라.
「그 녀석의 면상을 보러 안 가겠어?」
「보러 가!?」
「적의 팔씨를 만나면 사명이 짐작되거나 우리 기억이 되돌아오거나……무언가 일어날 거야」
「하지만, 에우리데는 먼 것 같아. 열차로 간다고 한 걸」
바닐라도 팡도 철도를 이용한 경험이 없었다. 두 사람이 살던 곳을 달리는 열차는 땅 끝처럼 먼 곳으로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바닐라와 팡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도 누구 한 사람 타 본 적이 없다. 열차란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극히 평범한 「아줌마」들이 열차에 탄다고 말했을 때에는 놀랐다. 코쿤은 미적지근한 곳이라고 단정한 것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조금 반성했다.
「어디든 가겠어. 기억이 돌아온다면」
「돈, 모자랄지도. 그보다, 이 카드로는 열차에 못 탈지도」
에우리데에 가고 싶지 않았다. 코쿤의 팔씨를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팡은 「그쯤이야」라며 웃었다.
「역에 가서 알아보면 돼. 돈의 조달이야 얼마든지 방법이 있지. 어쨌든 가자」
팡이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 결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마는 팡이다. 이제 막을 수 없으리라.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바닐라는 한숨을 쉬고 팡의 뒤를 쫓아갔다.
에우리데행 열차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보덤역의 소재지를 묻는 것이 먼저였다. 조금만 걸으면 알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예상외로 알기 어려운 곳에 있는지 도착할 수가 없었다.
바닐라와 팡은 식료품점에서 저녁식사 재료를 조달하면서 보덤역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역의 위치를 모르면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지 않을까 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이 도시는 여행자가 많아 사람들은 외부인에게 익숙한 듯하다. 여행 오셨군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라며 미소로 답해 놀랐다. 의심스럽게 보기는커녕,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호적이다.
덧붙여, 쇼핑몰의 모든 가게에 여행자용 안내도가 있어 자유롭게 갖고 가도 된다고 한다. 여행자가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한 배려인 듯하다.
「지도를 여행자에게 나누어 줘? 위험하군」
마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도는 적의 손에 넘어가면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 어떤 의미로 지도는 중요한 기밀서류인 것이다. 그것을 신원도 모르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조심성이 없다고 바닐라는 생각한다.
그러나 점원은 이상한 듯한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코쿤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현재 장소와 역의 위치에 표시를 받은 뒤 의심받기 전에 후퇴했다. 외견의 위화감보다도 언동의 위화감이 상대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법이다.
다행이 역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 쇼핑몰에서 고작 15분이다. 신전에서도 코앞이었다.
다만, 지도를 받지 않았다면 그 건물이 역이라는 것을 알았을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보덤 역은 그랑 펄스의 역과는 전혀 다른 구조의 건물이었다.
「전혀 역으로 안 보이네. 어쩐지 가게 같아」
「건물만이 아니야. 저 열차 좀 봐」
팡이 천천히 역으로 향해가는 열차를 가리켰다.
「저렇게 비실비실해서 제대로 가겠어?」
코쿤의 열차는 둥글납작한 디자인이었다. 「비실비실」은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어딘지 불안한 인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마물이 습격해 오면 납작해질 것 같네」
그랑 펄스의 열차는 대형 마물에게 습격받아도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창문은 두껍고 빈틈없고, 지붕은 몇 층이나 보강되어 있어 두텁다.
「이런 것이라도 괜찮으려나. 에우리데 라는 곳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팡은 어깨를 움츠렸다.
「걱정해도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열차가 언제 출발하는지 알아봐야지. 그리고 돈과 날짜와……」
역사 안에 들어가면 그 모든 것의 답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 되는지,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먼저, 열차 승강장이 많은 것에 당황했다. 그랑 펄스의 역에서는 기껏해야 「상행선」 「하행선」 정도의 승강장밖에 없다. 그러나 보덤 역에서는 복수의 승강장이 있고, 승강장마다 행선지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즉, 단 하나의 역에 노선 여러 개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더 놀란 것은 항상 승강장 중 한 곳 이상에서 열차가 발착중이라는 것이다. 바닐라와 팡이 살던 곳에서 열차는 아침과 저녁때에 오는 것이었다.
「틀렸어, 전혀 모르겠어」
역사 안을 갈팡질팡해 보아도 무엇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왜 그래요? 무언가 곤란한 일이라도?」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젊은 어머니였다. 차마 볼 수가 없어 말을 건 것이리라.
「저……저희, 에우리데 라는 곳에 가고 싶어요」
「팔씨 구경이로군요. 에우리데행은 가장 끝에 있는 승강장이에요」
살았다. 바닐라와 팡은 얼굴을 마주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럼, 조심해요」
「아, 잠깐만요! 한 가지만 더!」
당황해 젊은 어머니를 불러 세운다. 아직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 있었다.
「에우리데까지는 돈이 얼마나 드나요?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그 카드를 꺼낸다. 그러자 젊은 어머니는 킥킥 웃었다.
「당신의 한도액은 모르겠지만 모자랄 일은 절대로 없어요. 특별기라도 차터하지 않는 한은 말이지요」
차터. 아까 여성들 그룹에서도 나온 말이다. 그때는 「소형기」였지만. 아무래도 에우리데로 가는 교통기관은 열차 이외에 「차터하는 탈것」도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에우리데행 열차는 하루에 몇 대 정도 있나요?」
「하루에? 글쎄요……」
젊은 어머니는 작게 고개를 기울이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는 것은 대수가 상당히 적은 것인가.
「혹시 2일이나 3일에 1대인가요?」
「예?」
「엣, 아닌가요? 설마 며칠이나 기다려야……한다든가」
어쩌지, 큰일 났다, 하고 울고 싶어졌을 때였다.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명랑한 웃음소리였다.
「아아, 재미있다. 재미있는 아이네. 괜찮아요. 승강장으로 가서 조금만 기다리면 탈 수 있어요」
「그런……가요?」
「하루에 몇 대인지는 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요」
또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만 듯하다. 이 젊은 어머니가 의심하지 않고 웃어넘겨 준 것은 다행이었다.
「열차를 기다리기 싫으면 에어바이크로 가는 수단도 있어요. 역 바로 앞에서 렌탈할 수 있죠. 요금도 2명이 탄다면 열차와 다르지 않고」
「아, 열차로 갈게요. 철도, 좋아하거든요」
사실은 에어바이크 라는 탈것의 다루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코쿤 사람들에게 에어바이크가 어린 아이도 다룰 수 있는 탈것이라면 의심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조심해요. 좋은 여행이 되시기를」
젊은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에우리데행이 아닌 열차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고맙습니다, 하고 그 뒷모습에 머리를 숙인다.
「아! 잊고 있었다!」
「왜 그래?」
「에우리데까지 며칠이 걸리는지 안 물어보았어」
「아……」
하지만, 요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고, 어디에서 열차를 타면 되는지도 알았다. 일단 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내일 출발해서 내일모레 정도에 도착하면 좋겠지만」
「며칠이 걸리든 상관없어. 팔씨의 면상을 확실히 볼 수만 있다면」
팔씨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슴 속에 무거운 덩어리를 느꼈다. 모처럼 잊고 있었건만, 다시 떠올리고 말았다…….
「피곤해?」
바닐라는 걱정스러운 듯한 팡에게 ‘조금’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웃으려 했다.
5
열차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보덤 역을 출발했다. 홈을 오가는 사람들이 서서히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나 싶더니 거리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멀어졌다.
「굉장해……」
바닐라도 팡도 몸을 앞으로 내밀고 차창을 바라본다. 열차는 금세 시가지를 빠져나가 해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봐! 섬이 떠 있어!」
「굉장해!」
문득 시선을 느껴 뒤돌아보자 주위의 승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팡은 당황해 통로 쪽 좌석으로 돌아오고 바닐라도 제대로 정면을 향하고 고쳐앉았다. 어느새인가 두 사람이 창에 딱 붙어 있었는지, 입김으로 뿌예진 창에 뺨을 댄 자국이 나란히 남아 있다.
어디에선가 킥킥하고 소리를 죽여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슬쩍 차창으로 눈길을 주자 햇살을 받아 빛나는 해면이 있었다. 열차가 크게 커브를 돌아 선두차량이 전방에 나타난다. 바닐라는 그것을 본 순간 기겁을 했다.
저것 좀 봐, 하고 외칠뻔해 입가를 손바닥으로 누른다. 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될 뻔했다. 그래도 그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바닐라는 팡의 팔을 잡아당기고 창밖을 가리켰다. 떠 있다, 고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만을 움직인다. 팡이 목이 빠질 듯한 기세로 고개를 끄덕인다.
「코쿤의 기술은 굉장하네」
바닐라는 팡의 귓가에 속삭였다. 하늘에 떠 있는 섬은, 어쩌면 그랑 펄스를 샅샅이 뒤지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열차는 어디를 뒤진다 해도 없으리라.
떠 있는 섬 하나가 바로 옆으로 와 있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에는 벌써 섬은 뒤로 멀어져 사라졌다. 이 열차는 섬 사이를 누비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앗! 에어바이크다!」
앞좌석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났다. 등받이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그에 이끌려 창밖을 보니 열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날아가는 탈것이 3대. 저것이 어제 역에서 들은 에어바이크인 듯하다.
「빠르다-. 아빠의 비공정과 에어바이크, 무엇이 더 빨라?」
「그야 비공정이 더 빠르지」
이쪽은 등받이 위로 머리 정수리만이 보인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새둥지와 똑 닮았다. 당장에라도 병아리가 날아오를 듯하다. 머리카락만이 보여서 더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섬이 많이 있네」
「보덤은 부도(浮島)가 여러 개 모여 하나의 도시가 된 거야」
알겠어?, 라며 설명하는 그 목소리는 다정하다.
「저것도 보덤이야? 훨씬 높은 곳에 떠 있는 거」
「응? 높은 곳? 아아, 저것은 보덤이 아니야. 에덴이야. 게다가 에덴은 부도도 아니야」
무심코 귀가 쫑긋해졌다. 그저께 2인조의 이야기에서 나온 이름이다. 산이나 골짜기 종류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닌 듯하다. 그것도 「훨씬 높은 곳」에 떠 있으면서도 부도도 아니라고 한다.
「아빠, 가 본 적 있어?」
「물론이지. 아빠는 파일럿이니까. 에덴만이 아니라고. 팔룸폴룸이라는 곳에도 자주 갔지. 코쿤에서 가게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도시야」
「장난감 가게, 있어?」
「몇 집이나 있지」
「쵸코보 가게는?」
「펫샵이라면 많이 있을걸」
「그거 말고, 쵸코보 가게」
「으-음. 그건 모르겠는데」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건만, 곁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속이 따뜻해졌다. 가족의 대화란 원래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그 후에도 파일럿이라는 아버지는 일 때문에 간 곳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부러 마물을 풀어놓고 키우는 지구(地區)에, 놀이터만을 모아 놓은 도시에…….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쿤에는 많은 장소가 있으며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만약 코쿤 사람들이 적이 아니고, 코쿤의 팔씨가 약탈을 하러 오지 않고, 그랑 펄스와 코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그런 세상이었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역시 싸우는 것은 싫다. 앞 자리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자도, 어제 역에서 만난 친절한 젊은 어머니도, 에우리데 이야기를 하던 연배의 여성들도, 누구 한 사람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팡이라면 아무 망설임도 없이 싸우기를 선택하리라. 그러나, 라고 바닐라는 생각한다.
팡이 싸움을 선택하는 것은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팡은 다정하니까. 고향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입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싸움을 선택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싸워서 누군가를 상처입히면 팡은 분명 괴로워하게 된다.
『네 낙인은 살아있어. 사명을 밝혀내서 해결하지 않으면 송장이 되어 버리잖아』
그저께 들은 말이 되살아났다. 그렇다. 싸우지 않는 길을 선택해도 팡은 괴로워한다.
지금 이대로는 무엇을 해도, 어떤 길을 선택해도 팡을 괴롭게 하고 만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이. 왜 그래?」
바닐라, 라고 부르는 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자 창밖의 경치가 멈추어 있다. 역이다.
「여기, 무슨 역이야?」
「종점. 아까 말했잖아, 에우리데라고. 안 들렸어?」
잇달아 승객들이 일어서서 통로를 걸어간다. 앞좌석에 있던 부자의 모습은 이미 없다.
「어제 역에서 에우리데까지 며칠이 걸리느냐고 묻지 않아서 다행이네」
바닐라는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다른 승객에 섞여 열차에서 내렸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걸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역 구내에서 나오자 광장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이미 에너지 플랜트 같은 건물이 있다.
광장에는 풍선장수가 있고, 과자를 파는 노천점도 있다. 보덤과 막상막하로 떠들썩했다.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신이 나서 떠들며 걸어가는 젊은 커플이 있고, 소년들의 그룹에, 노부부에. 마치 축제 같다.
광장 한구석에서 아이들의 집단이 한데 뭉쳐 어른의 설명을 듣고 있다.
「팔씨 쿠자타(ファルシ=クジャタ)가 관리하는 이 플랜트에서는 에우리데 근교 도시에서 소비되는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편리한 것,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겠나요?」
네-, 하고 기운찬 목소리와 함께 일제히 작은 손이 올라갔다. 그 곁을 지나가는 어른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주 신이 났군」
팡이 불쾌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 팔씨가 우리 고향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들떠서는」
「그렇지. 모두……아무것도 몰라」
모르는 것은 죄인 것일까. 그러나 알고 있다 해도 죄인 것은 다름없다. 어느 쪽이나 죄이고, 어느 길이나 괴로움으로 이어져 있다면.
있지, 팡. 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될까? 눈을 돌려도 괜찮을까?
도망쳐도 괜찮지,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팡을 바라본다. 그 중얼거림이 결코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서 사명을 완수해서 이런 빌어먹을 곳과는 작별하자고. 응?」
그것에는 답하지 않고, 바닐라는 팡의 손을 잡았다. 어렸을 때에 했듯이 손을 잡는다. 적투성이인 세계라도 이 손을 놓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다. 어디로 도망쳐도 두 사람이 함께라면.
「돌아가자, 반드시」
설령 이 결의가 팡의 마음을 등지는 것이라 해도.
팔씨 쿠자타가 기다리는 플랜트는 벌써 눈앞에 있었다. 바닐라와 팡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사람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어제는 오로지 압도되기만 했을 뿐인 인파에도 오늘은 익숙해졌는지 어느 정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 2인조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싫었기에 어제와는 조금 떨어진 지역을 걷기를 제안했다. 팡은 「그쯤이야 또 때려눕히면 되잖아」라며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제 걸은 지역은 의류를 취급하는 가게가 많았지만, 오늘은 식료품점과 음식점이 두드러진다.
「저것 봐. 야채를 팔고 있어」
신선한 녹색에 붉고 노란 선명한 색이 산재해 있다. 가까이에서 보니 어떤 야채나 크고 신선함 그 자체이다.
「그 밭과 완전히 다르군」
「하지만, 이거, 어쩐지 만든 것 같지 않아? 정말 먹을 수 있는 것일까」
크기나 형태가 지나치게 정연해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그 밭의 야채는 겉보기에는 빈약했지만 단번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또 이상한 방법으로 만들고 있는 거 아니야?」
「코쿤이니까 그럴지도」
색깔이 있는 액체를 틀에 부어 야채를 만드는 광경이 뇌리에 떠올랐다. 설마, 하고 바닐라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겨우 그만한 밭에서 공급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코쿤에도 여러 가지 장소가 있는 거겠지, 분명」
「다른 곳에 가 보면 기억이 돌아올까」
바닐라는 그것에는 답하지 못하고 그저 발끝을 보고 있었다. 팡은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은 안다. 어제 무관계한 소녀가 르씨가 되었다. 전부 자기들이 꾸물댔던 탓이라 믿고 있다.
아닌데. 잘못한 것은 나이고, 팡은 아무 잘못도 없건만.
바닐라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때 옆에서 몸을 훌쩍 돌리는 기척이 났다.
「팡?」
「거기에서 기다려」
「잠깐!?」
붙잡을 틈도 없었다. 팡의 모습은 순식간에 인파에 섞여 사라졌다. 어쩔 수 없다. 바닐라는 건물 벽에 기대어 팡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식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기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여성이다. 아이와 함께인 사람도 많다. 다만, 바라보고 있자 위화감을 느꼈다.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바닐라는 가게에 들어가는 손님과 나오는 손님을 유심히 관찰했다.
위화감의 정체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손님의 짐이다. 식료품점에서 나온 손님의 대부분이 빈손이었다. 아까 야채를 취급하는 가게도 그렇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손님 전원이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자택에 배달하는……그런 시스템인 걸까」
그랑 펄스에서도 부피가 큰 물건이나 무거운 물건은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배달받을 때도 있다. 다만, 식료품 정도는 다소 무겁더라도 스스로 갖고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빈손인 손님이 대량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영문을 모르겠어, 하고 고개를 흔들었을 때였다.
「기다리게 했네」
갑자기 차가운 것이 뺨에 닿았다. 꺅, 하고 소리치며 바닐라는 뛰어올랐다.
「미안, 미안」
팡이 음료수 캔을 손에 든 채 웃고 있다.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
「그렇지만」
바닐라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면서 그 캔을 받아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샀어」
무심코 캔과 팡의 얼굴을 견주어 본다. 현금은 갖고 있지 않았을 터이다. 애당초 코쿤에 화폐나 지폐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거」
팡이 꺼낸 것은 어제 2인조에게 빼앗은 카드였다.
「코쿤은 이상한 곳이야. 이런 것으로 무엇이든 손에 들어오다니 말이야」
팡은 그렇게 말하면서 캔에 든 음료수에 입을 댔다. 마셔, 하고 재촉받은 바닐라도 캔을 땄다. 조금 특이한 구조의 캔이었으나, 따는 법을 모르지는 않았다.
「아. 맛있다」
「가장 달고 맛이 진한 것을 달라고 했지」
싱거운 것이나 신통치 않은 맛인 것만 먹던 탓에 확실한 달콤함이 있는 음료수가 굉장히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물건을 사다니, 어떻게 된 거야?」
「구조는 몰라. 다른 녀석 흉내를 냈을 뿐이야. 봐, 저 손님」
팡이 옆에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확실히 여성 손님의 손에는 많이 닮은 카드가 있다.
「아까 지나친 가게에서 보았어. 그래서, 혹시나 하고 시험해 보았지」
「그렇구나. 그래서 그 두 사람 돈을 안 갖고 있었구나」
「하지만, 코쿤에 현금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더군」
팡의 시선이 이번에는 다른 가게로 향했다. 분홍이나 흰색으로 장식된 귀여운 건물, 과자점이었다. 주먹을 꼭 쥔 아이가 가게로 뛰어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잔돈을 움켜쥐고 좋아하는 과자를 사러 가는 것은 그랑 펄스에서도 코쿤에서도 공통된 아이의 즐거움인 듯하다.
「아이들은 현금을 쓰고 있어」
다시 쇼핑객의 모습을 살피니, 확실히 어른은 누구나 카드를 쓰고 있었다. 본인이 카드를 무언가에 밀어넣거나 갖다 대는 경우도 있고, 점원이 특이한 형태의 기계를 카드에 가까이 대는 경우도 있고, 사용방법은 여러 가지인 듯하다.
「무기를 파는 가게도 있는 것 같아. 이것이 있으면 살 수 있어」
팡이 씩 웃는다.
「싸울 수 있다고」
「하지만……」
어제 2인조는 어이없을 정도로 약했다. 팡 혼자서, 그것도 맨손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때려눕혔다. 새도 물고기도 약했다. 분명 코쿤에 사는 생물은, 인간도 포함해 싸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우리가 르씨에 선택된 것은 코쿤과 싸우기 위해서잖아」
「그렇지만. 지금은 싸울 필요가……」
없다, 고 단언해 버려도 되는 것인가. 바닐라는 망설였다.
「그렇군. 여기는 바보 같이 평화로우니 싸우지 않아도 될지도」
「분명 그럴 거야」
스스로도 의외일 정도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나 팡을 싸우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자신에게 새삼스레 놀란다.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이번 사명은 무엇이지? 그것이 확실하지 않으면」
역시 거기로 도달하는 것인가. 그 문제로 돌아가고 마는 것인가 하고, 바닐라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그보다 먼저 팔씨 구경하러 안 갈래?」
바닐라와 팡은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본다.
「에우리데는 맨 마지막날에 가면 돼」
「하지만, 불꽃놀이 대회가 가까워지면 붐비는 거 아니야」
「그것도 그렇네」
큰소리로 말하고 있던 것은 연배 여성들의 그룹이었다. 그녀들은 틀림없이 「팔씨 구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에우리데. 그곳에 코쿤의 팔씨가 있다는 것일까.
두 사람은 태연하게 여성들의 그룹 뒤를 걸었다. 그 외에도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흘릴지도 모른다.
「소형기를 차터(charter 전세)할까? 이 인원이라면 머릿수대로 나누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데」
「아까워. 열차면 충분해」
팔씨가 있는 에우리데는 아무래도 꽤 먼 듯하다. 일부러 열차를 쓸 정도이니까.
「열차 대수는 어땠더라?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면 그래도 괜찮지만」
「보덤역에 문의해 보자」
「찬성. 그러고 보니, 딸에게 부탁받아서 이 쇼핑몰의……」
팔씨와 에우리데에 관한 화제는 여기까지였다. 그녀들의 수다는 어디에서 무엇을 산다는 둥, 무엇을 먹는다는 둥 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더 이상 중요한 정보는 끌어낼 수 없겠다고 생각한 참에 그녀들은 가게로 들어갔다. 엿듣기를 끝낼 때이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가게 앞을 지나치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에우리데라고 말했던가」
「아아. 그곳에 있는 거로군, 도둑 두목이」
그랑 펄스에서 물자를 약탈한 팔씨와 동일한 것인지는 불명이었으나, 「코쿤의 팔씨」이니 다 똑같은 것이리라.
「그 녀석의 면상을 보러 안 가겠어?」
「보러 가!?」
「적의 팔씨를 만나면 사명이 짐작되거나 우리 기억이 되돌아오거나……무언가 일어날 거야」
「하지만, 에우리데는 먼 것 같아. 열차로 간다고 한 걸」
바닐라도 팡도 철도를 이용한 경험이 없었다. 두 사람이 살던 곳을 달리는 열차는 땅 끝처럼 먼 곳으로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바닐라와 팡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도 누구 한 사람 타 본 적이 없다. 열차란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극히 평범한 「아줌마」들이 열차에 탄다고 말했을 때에는 놀랐다. 코쿤은 미적지근한 곳이라고 단정한 것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조금 반성했다.
「어디든 가겠어. 기억이 돌아온다면」
「돈, 모자랄지도. 그보다, 이 카드로는 열차에 못 탈지도」
에우리데에 가고 싶지 않았다. 코쿤의 팔씨를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팡은 「그쯤이야」라며 웃었다.
「역에 가서 알아보면 돼. 돈의 조달이야 얼마든지 방법이 있지. 어쨌든 가자」
팡이 발길을 돌렸다. 이렇게 결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마는 팡이다. 이제 막을 수 없으리라.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바닐라는 한숨을 쉬고 팡의 뒤를 쫓아갔다.
에우리데행 열차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보덤역의 소재지를 묻는 것이 먼저였다. 조금만 걸으면 알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예상외로 알기 어려운 곳에 있는지 도착할 수가 없었다.
바닐라와 팡은 식료품점에서 저녁식사 재료를 조달하면서 보덤역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물었다. 역의 위치를 모르면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지 않을까 했으나, 괜한 걱정이었다.
이 도시는 여행자가 많아 사람들은 외부인에게 익숙한 듯하다. 여행 오셨군요,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라며 미소로 답해 놀랐다. 의심스럽게 보기는커녕,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호적이다.
덧붙여, 쇼핑몰의 모든 가게에 여행자용 안내도가 있어 자유롭게 갖고 가도 된다고 한다. 여행자가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한 배려인 듯하다.
「지도를 여행자에게 나누어 줘? 위험하군」
마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도는 적의 손에 넘어가면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 어떤 의미로 지도는 중요한 기밀서류인 것이다. 그것을 신원도 모르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조심성이 없다고 바닐라는 생각한다.
그러나 점원은 이상한 듯한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코쿤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현재 장소와 역의 위치에 표시를 받은 뒤 의심받기 전에 후퇴했다. 외견의 위화감보다도 언동의 위화감이 상대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법이다.
다행이 역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 쇼핑몰에서 고작 15분이다. 신전에서도 코앞이었다.
다만, 지도를 받지 않았다면 그 건물이 역이라는 것을 알았을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보덤 역은 그랑 펄스의 역과는 전혀 다른 구조의 건물이었다.
「전혀 역으로 안 보이네. 어쩐지 가게 같아」
「건물만이 아니야. 저 열차 좀 봐」
팡이 천천히 역으로 향해가는 열차를 가리켰다.
「저렇게 비실비실해서 제대로 가겠어?」
코쿤의 열차는 둥글납작한 디자인이었다. 「비실비실」은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어딘지 불안한 인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마물이 습격해 오면 납작해질 것 같네」
그랑 펄스의 열차는 대형 마물에게 습격받아도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창문은 두껍고 빈틈없고, 지붕은 몇 층이나 보강되어 있어 두텁다.
「이런 것이라도 괜찮으려나. 에우리데 라는 곳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팡은 어깨를 움츠렸다.
「걱정해도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열차가 언제 출발하는지 알아봐야지. 그리고 돈과 날짜와……」
역사 안에 들어가면 그 모든 것의 답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 되는지,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먼저, 열차 승강장이 많은 것에 당황했다. 그랑 펄스의 역에서는 기껏해야 「상행선」 「하행선」 정도의 승강장밖에 없다. 그러나 보덤 역에서는 복수의 승강장이 있고, 승강장마다 행선지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즉, 단 하나의 역에 노선 여러 개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더 놀란 것은 항상 승강장 중 한 곳 이상에서 열차가 발착중이라는 것이다. 바닐라와 팡이 살던 곳에서 열차는 아침과 저녁때에 오는 것이었다.
「틀렸어, 전혀 모르겠어」
역사 안을 갈팡질팡해 보아도 무엇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왜 그래요? 무언가 곤란한 일이라도?」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젊은 어머니였다. 차마 볼 수가 없어 말을 건 것이리라.
「저……저희, 에우리데 라는 곳에 가고 싶어요」
「팔씨 구경이로군요. 에우리데행은 가장 끝에 있는 승강장이에요」
살았다. 바닐라와 팡은 얼굴을 마주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럼, 조심해요」
「아, 잠깐만요! 한 가지만 더!」
당황해 젊은 어머니를 불러 세운다. 아직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 있었다.
「에우리데까지는 돈이 얼마나 드나요?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그 카드를 꺼낸다. 그러자 젊은 어머니는 킥킥 웃었다.
「당신의 한도액은 모르겠지만 모자랄 일은 절대로 없어요. 특별기라도 차터하지 않는 한은 말이지요」
차터. 아까 여성들 그룹에서도 나온 말이다. 그때는 「소형기」였지만. 아무래도 에우리데로 가는 교통기관은 열차 이외에 「차터하는 탈것」도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에우리데행 열차는 하루에 몇 대 정도 있나요?」
「하루에? 글쎄요……」
젊은 어머니는 작게 고개를 기울이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는 것은 대수가 상당히 적은 것인가.
「혹시 2일이나 3일에 1대인가요?」
「예?」
「엣, 아닌가요? 설마 며칠이나 기다려야……한다든가」
어쩌지, 큰일 났다, 하고 울고 싶어졌을 때였다.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명랑한 웃음소리였다.
「아아, 재미있다. 재미있는 아이네. 괜찮아요. 승강장으로 가서 조금만 기다리면 탈 수 있어요」
「그런……가요?」
「하루에 몇 대인지는 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요」
또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만 듯하다. 이 젊은 어머니가 의심하지 않고 웃어넘겨 준 것은 다행이었다.
「열차를 기다리기 싫으면 에어바이크로 가는 수단도 있어요. 역 바로 앞에서 렌탈할 수 있죠. 요금도 2명이 탄다면 열차와 다르지 않고」
「아, 열차로 갈게요. 철도, 좋아하거든요」
사실은 에어바이크 라는 탈것의 다루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코쿤 사람들에게 에어바이크가 어린 아이도 다룰 수 있는 탈것이라면 의심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조심해요. 좋은 여행이 되시기를」
젊은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에우리데행이 아닌 열차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고맙습니다, 하고 그 뒷모습에 머리를 숙인다.
「아! 잊고 있었다!」
「왜 그래?」
「에우리데까지 며칠이 걸리는지 안 물어보았어」
「아……」
하지만, 요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고, 어디에서 열차를 타면 되는지도 알았다. 일단 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내일 출발해서 내일모레 정도에 도착하면 좋겠지만」
「며칠이 걸리든 상관없어. 팔씨의 면상을 확실히 볼 수만 있다면」
팔씨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슴 속에 무거운 덩어리를 느꼈다. 모처럼 잊고 있었건만, 다시 떠올리고 말았다…….
「피곤해?」
바닐라는 걱정스러운 듯한 팡에게 ‘조금’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웃으려 했다.
5
열차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보덤 역을 출발했다. 홈을 오가는 사람들이 서서히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나 싶더니 거리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멀어졌다.
「굉장해……」
바닐라도 팡도 몸을 앞으로 내밀고 차창을 바라본다. 열차는 금세 시가지를 빠져나가 해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봐! 섬이 떠 있어!」
「굉장해!」
문득 시선을 느껴 뒤돌아보자 주위의 승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다. 팡은 당황해 통로 쪽 좌석으로 돌아오고 바닐라도 제대로 정면을 향하고 고쳐앉았다. 어느새인가 두 사람이 창에 딱 붙어 있었는지, 입김으로 뿌예진 창에 뺨을 댄 자국이 나란히 남아 있다.
어디에선가 킥킥하고 소리를 죽여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슬쩍 차창으로 눈길을 주자 햇살을 받아 빛나는 해면이 있었다. 열차가 크게 커브를 돌아 선두차량이 전방에 나타난다. 바닐라는 그것을 본 순간 기겁을 했다.
저것 좀 봐, 하고 외칠뻔해 입가를 손바닥으로 누른다. 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될 뻔했다. 그래도 그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바닐라는 팡의 팔을 잡아당기고 창밖을 가리켰다. 떠 있다, 고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만을 움직인다. 팡이 목이 빠질 듯한 기세로 고개를 끄덕인다.
「코쿤의 기술은 굉장하네」
바닐라는 팡의 귓가에 속삭였다. 하늘에 떠 있는 섬은, 어쩌면 그랑 펄스를 샅샅이 뒤지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열차는 어디를 뒤진다 해도 없으리라.
떠 있는 섬 하나가 바로 옆으로 와 있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에는 벌써 섬은 뒤로 멀어져 사라졌다. 이 열차는 섬 사이를 누비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앗! 에어바이크다!」
앞좌석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났다. 등받이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그에 이끌려 창밖을 보니 열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날아가는 탈것이 3대. 저것이 어제 역에서 들은 에어바이크인 듯하다.
「빠르다-. 아빠의 비공정과 에어바이크, 무엇이 더 빨라?」
「그야 비공정이 더 빠르지」
이쪽은 등받이 위로 머리 정수리만이 보인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새둥지와 똑 닮았다. 당장에라도 병아리가 날아오를 듯하다. 머리카락만이 보여서 더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섬이 많이 있네」
「보덤은 부도(浮島)가 여러 개 모여 하나의 도시가 된 거야」
알겠어?, 라며 설명하는 그 목소리는 다정하다.
「저것도 보덤이야? 훨씬 높은 곳에 떠 있는 거」
「응? 높은 곳? 아아, 저것은 보덤이 아니야. 에덴이야. 게다가 에덴은 부도도 아니야」
무심코 귀가 쫑긋해졌다. 그저께 2인조의 이야기에서 나온 이름이다. 산이나 골짜기 종류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닌 듯하다. 그것도 「훨씬 높은 곳」에 떠 있으면서도 부도도 아니라고 한다.
「아빠, 가 본 적 있어?」
「물론이지. 아빠는 파일럿이니까. 에덴만이 아니라고. 팔룸폴룸이라는 곳에도 자주 갔지. 코쿤에서 가게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도시야」
「장난감 가게, 있어?」
「몇 집이나 있지」
「쵸코보 가게는?」
「펫샵이라면 많이 있을걸」
「그거 말고, 쵸코보 가게」
「으-음. 그건 모르겠는데」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건만, 곁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속이 따뜻해졌다. 가족의 대화란 원래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그 후에도 파일럿이라는 아버지는 일 때문에 간 곳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부러 마물을 풀어놓고 키우는 지구(地區)에, 놀이터만을 모아 놓은 도시에…….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쿤에는 많은 장소가 있으며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만약 코쿤 사람들이 적이 아니고, 코쿤의 팔씨가 약탈을 하러 오지 않고, 그랑 펄스와 코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그런 세상이었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역시 싸우는 것은 싫다. 앞 자리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자도, 어제 역에서 만난 친절한 젊은 어머니도, 에우리데 이야기를 하던 연배의 여성들도, 누구 한 사람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약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팡이라면 아무 망설임도 없이 싸우기를 선택하리라. 그러나, 라고 바닐라는 생각한다.
팡이 싸움을 선택하는 것은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팡은 다정하니까. 고향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입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싸움을 선택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싸워서 누군가를 상처입히면 팡은 분명 괴로워하게 된다.
『네 낙인은 살아있어. 사명을 밝혀내서 해결하지 않으면 송장이 되어 버리잖아』
그저께 들은 말이 되살아났다. 그렇다. 싸우지 않는 길을 선택해도 팡은 괴로워한다.
지금 이대로는 무엇을 해도, 어떤 길을 선택해도 팡을 괴롭게 하고 만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이. 왜 그래?」
바닐라, 라고 부르는 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자 창밖의 경치가 멈추어 있다. 역이다.
「여기, 무슨 역이야?」
「종점. 아까 말했잖아, 에우리데라고. 안 들렸어?」
잇달아 승객들이 일어서서 통로를 걸어간다. 앞좌석에 있던 부자의 모습은 이미 없다.
「어제 역에서 에우리데까지 며칠이 걸리느냐고 묻지 않아서 다행이네」
바닐라는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다른 승객에 섞여 열차에서 내렸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걸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역 구내에서 나오자 광장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이미 에너지 플랜트 같은 건물이 있다.
광장에는 풍선장수가 있고, 과자를 파는 노천점도 있다. 보덤과 막상막하로 떠들썩했다.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신이 나서 떠들며 걸어가는 젊은 커플이 있고, 소년들의 그룹에, 노부부에. 마치 축제 같다.
광장 한구석에서 아이들의 집단이 한데 뭉쳐 어른의 설명을 듣고 있다.
「팔씨 쿠자타(ファルシ=クジャタ)가 관리하는 이 플랜트에서는 에우리데 근교 도시에서 소비되는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편리한 것,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겠나요?」
네-, 하고 기운찬 목소리와 함께 일제히 작은 손이 올라갔다. 그 곁을 지나가는 어른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주 신이 났군」
팡이 불쾌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 팔씨가 우리 고향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들떠서는」
「그렇지. 모두……아무것도 몰라」
모르는 것은 죄인 것일까. 그러나 알고 있다 해도 죄인 것은 다름없다. 어느 쪽이나 죄이고, 어느 길이나 괴로움으로 이어져 있다면.
있지, 팡. 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될까? 눈을 돌려도 괜찮을까?
도망쳐도 괜찮지,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팡을 바라본다. 그 중얼거림이 결코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서 사명을 완수해서 이런 빌어먹을 곳과는 작별하자고. 응?」
그것에는 답하지 않고, 바닐라는 팡의 손을 잡았다. 어렸을 때에 했듯이 손을 잡는다. 적투성이인 세계라도 이 손을 놓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다. 어디로 도망쳐도 두 사람이 함께라면.
「돌아가자, 반드시」
설령 이 결의가 팡의 마음을 등지는 것이라 해도.
팔씨 쿠자타가 기다리는 플랜트는 벌써 눈앞에 있었다. 바닐라와 팡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사람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